[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남산의 부장들'의 최고의 신스틸러, 보안사령관 전두혁은 서현우의 노력을 통해 완성됐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젬스톤픽처스 제작). 보안사령관 전두혁 역을 맡은 서현우(36)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규평 역의 이병헌, 박통 역의 이성민, 박용각 역의 곽도원, 곽상천 역의 이희준, 데보라 심 역의 김소진 등 충무로 최고의 연기 장인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만족감을 전해주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쟁쟁한 배우과 캐릭터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봉나사령관 전두혁 역을 맡은 서현우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전두혁은 완벽한 비주얼로 등장부터 '헉' 소리를 나게 만드는가 하면, 짧은 등장에도 영화 내내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며 시선을 잡아끈다.전두혁이라는 인물을 완성한 서현우는 2011년 개봉한 공포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를 시작으로 '고지전', '관상', '소원', '끝까지 간다', '베테랑', '터널', '택시운전사', '1987' 등 수많은 흥행작에서 열연을 펼쳤고 또 최근엔 '백두산', '해치지 않아'로 관객과 만났다.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 '병구'로 후쿠오카 독립영화제 대상을, 단편 '백천'(신동영 감독)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받는 등 연기력을 입증 받은 바 있다.
서현우는 전두혁 역할 제안이 자신에게도 깜짝 놀랐던 일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 오디션을 봤는데, 역할은 정해지지 않은 오디션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난 후 연락이 와서 감독님을 만나 미팅을 하게 됐는데 전두혁 보안사령관 역을 제안해주셨다.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중요한 핵심적 인물을 내게 제안해주실 줄 몰랐다. 그리고 전두혁 역할은 실존인물과의 싱크로율이 중요한 캐릭터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고 제안을 받고 망설임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근현대사에 중요한 실존인물을 모티브로한 인물이니만큼 지금까지 TV나 영화 속에 수차례 등장한 바 있는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 실존인물과의 비주얼 싱크로율이 높았던 배우들. 하지만 분장을 하지 않은 서현우의 모습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우민호 감독은 서현우에게 이 역할을 맡기게 됐을까. 서현우는 "감독님께서 눈빛과 눈매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고 하시더라. 눈빛에서 엘리트 장교에게서 느껴지는 것들을"고 말했다.
캐스팅이 되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기꺼이 머리를 밀고 머리를 민 상태로 6개월간 생활했다는 서현우. "캐스팅이 되고 난후 감독님께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미는 것에 대해 제게 의견을 물으셨고 바로 밀겠다고 했다. 밀어야 되면 밀고, 특수분장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전두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감독님 분장님과의 회의 끝에 변발을 하는 것처럼 중간까지 머리카락틀 다 밀고, M자 모양 같은 경우는 특수 제작이 된 소품을 붙였다. 6개월 동안 계속 면도칼로 머리를 밀고 다녔다. 개인 가발을 장만해서 다른 촬영장에서는 가발을 쓰고 다녔다. '해치지 않아'가 가발을 쓰고 촬영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서현우 분장과 복장까지 갖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상상을 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니 정말 놀랐다. 내가 나중에 나이를 들게 되면 이 모습일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배우로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이었다"며 웃었다.서현우는 자신의 분장도 분장이지만, 극중 박통 역을 맡은 이성민의 싱크로율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성민 선배님이 점점 박통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걸음걸이부터 손동작 하나, 말투, 눈빛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으셨다. 모든 디테일을 하나하나를 모두 잡아서 표현하시는 모습이 놀라웠다"며 "특수 분장을 받아야 되는 인물이 저와 선배님이다보니까 촬영 들어가기 전에 둘이 나란히 거울 앞에 앞에서 분장을 받았다. 그렇게 다란히 투샷을 보면 재미있기도 하면서, 그 자리에 선배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고 전했다.
서현우는 전두혁의 비주얼뿐만 아니라 이 인물의 캐릭터를 설정해 나가는 데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자신만의 견해를 배제한 체 오로지 시나리오 속 전두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이 인물을 통해 나의 어떤 견해나 생각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었다. 자칫 나의 견해나 생각이 들어가서 표현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시나리오 안에서 구축하려고 했고 그래서 어떤 표현이나 대사를 할 때도 절제하려 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남산의 부장들'은 유난히 애드리브가 없는 현장이었다. 근현대사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자칫 덧붙이 애드리브 같은 것들이 캐릭터를 훼손할거라고 생각했고, 모든 선배님들과 배우들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한편, '남산의 부장들'은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김충식 저자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마약왕', '내부자들', '간첩', '파괴된 사나이' 등은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풍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