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구장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
천상 야구인, 아니 야구코치다. 성별 구분이 뚜렷한 야구판에서 아무리 열정이 깊더라도 성공하기는 어려운 법. 그러나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앨리사 내킨 코치(Allysa Nakken·30)는 145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빅리그 유니폼을 입은 여성 코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지난달 17일(이하 한국시각) 내킨 코치를 빅리그 보조코치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새크라멘토 주립대 시절 소프트볼팀 1루수로 활동했던 내킨 코치는 졸업 후 2014년 샌프란시스코 야구단 운영팀에 인턴 직원으로 입사했다. 선수들의 건강과 복지 문제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짬짬이 틈을 내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스포츠경영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능력을 키웠다.
프로팀에서 뛰거나 남자 선수들을 직접 가르친 적은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그녀를 메이저리그 코치를 맡겼다. 7명의 코치수 제한 규정 때문에 경기중에는 덕아웃에 들어가지 않지만,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의 거친 승부의 세계에서 현장을 직접 돕는 일을 한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따르면 내킨 코치는 경기전 배팅과 수비 연습 때 기존 코치들이나 선수들을 지원하게 된다.
내킨 코치는 7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여자가 야구장에서 일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매일 나만의 방식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난 지금 여기에 있고,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지는 않는다. 다만 빅리그 야구장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뭔 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녀는 "내가 하는 일은 아주 큰 일이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나를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AP는 '샌프란시스코 파란 자이디 사장과 게이브 캐플러 감독은 내킨 코치가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 간의 끈끈한 팀워크, 이를 통한 클럽하우스의 지속성을 확립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내킨 코치는 "그 분들이 나를 믿어주신 게 뭔 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면접을 받으면서 '아 이게 여성에 관한 얘기가 아니구나', 또한 '이게 최고가 돼야 한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그 분들은 '우리는 전혀 새로운 스태프를 만들었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여기 클럽하우스에서 스태프를 위해, 팀을 위해, 우리가 이길 수 있도록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해. 야구를 잘 알고 소통할 줄 알고,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면접 보면서 한 얘기는 그런 것들었다"고 설명했다.
AP는 '내킨은 타격이나 피칭을 전문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지만 보조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할 계획이다. 특히 대부분의 시간을 외야 수비와 베이스러닝 훈련을 돕는데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녀를 만난 선수들은 매우 환영하면서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12일 애리조나주 스카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내킨 코치는 "난 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준비가 돼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지금의 포지션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