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정우성(47)이 "'청춘의 아이콘'이란 수식어, 데뷔 때부터 나를 옥죄었다"고 말했다.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에서 사라진 애인 연희(전도연)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을 연기한 정우성. 그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 작품. 영화 속 인물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 뿐,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는 주제 의식으로 공감을 산 것은 물론 새롭고 독특한 구성,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등으로 보는 이들의 108분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2월 스크린 기대작으로 등극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지난 2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또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데뷔 25년 만에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우성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또 다른 파격 변신에 나서 눈길을 끈다. 극 중 자신의 앞으로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연희로 인해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을 연기한 정우성. 그동안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벗고 허술하면서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반전의 변신을 시도한 정우성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 있게 담아내며 올해 데뷔 26년 차 새로운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이날 정우성은 "'비트'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었는데 그때부터 '과연 내가 자격이 있나?' 계속 생각하게 됐다. 스스로 나를 옥죄는 사슬처럼 느껴졌지 마냥 칭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청춘의 아이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관객이 바라는 모습에서 스스로 배신의 모험을 한 것 같다. 관객의 사랑에 보답하려면 지속하는 방법도 있지만 배우로서 발전에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며 "인간으로서 나이는 먹어가고 신체적으로 노화되고 있는데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자신감 있게 표현했으 때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