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강하게 키워야 한다."(KT 서동철 감독)
"보약이라 생각합니다."(KT 양홍석)
스승과 제자의 유쾌한 '밀당'이다. 부산 KT의 서동철 감독은 요즘 양홍석에 대해 '채찍'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태세전환'이란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양홍석에게 달콤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부모가 자식 엉덩이 두드려주듯 '오냐오냐'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감독은 칭찬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느꼈다. 양홍석 특유의 '나홀로 플레이' 기질로 인해 팀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우리 선수 가운데 양홍석이 싫은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축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감독 말대로 누구 미워서가 아니다. 향후 슈퍼스타로 성장할 재목인 만큼 더 큰 선수로 키우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한다.
서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2018∼2019시즌 양홍석은 누가 뭐래도 KT의 간판 베스트였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돋보여 주목받았다. 하지만 과유불급. 당장 눈에 보이는 장점에만 치중하는 게 습관이 돼 가는 게 문제였다. 수비에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나홀로 플레이'를 하면서 팀 조직력에서 엇박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 능력을 갖춘 만큼 같이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하면 훨씬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란 판단이 내려졌다. 결국 '홍석이의 미래를 볼 때 그냥 놔둬서는 안되겠다' 싶어 당근을 채찍으로 바꿨다.
서 감독은 "양홍석과 면담하면서 너의 잘나갔던 2019년은 옆의 선배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공격 지향적인 나홀로 플레이를 이해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느냐. 이제는 너를 만들어 준 선배,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곱게 자랐다가 야단을 들으니 양홍석도 당황했던 모양이다. 지난 2일까지 몇경기 동안 부진에 빠졌다. 서 감독은 "아무래도 꾸지람에 주눅들었을테고, 지시 수행을 위해 다른 것(플레이)도 더 해야 하니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잠깐 부진하더라도 홍석이를 위해 계속 채찍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활달하기로 소문난 양홍석은 스승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실 채찍보다 당근이 좋은데…, 하지만 내가 더 큰 선수가 되도록 하기 위해 채찍을 드신 걸로 안다"면서 "그래도 감독님이 기분나쁘게 말씀하지는 않으셔서 보약이라 생각하고 야단 잘 듣고 있다. 보약 많이 먹어야겠다"며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이어 양홍석은 "감독님이 원하는 수비를 하는 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더라. 자꾸 생각이 많아지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생각을 덜고 몸으로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면서 "가끔 '그렇게 하면 경기 못뛴다'고 엄포를 주시는데 그땐 정말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양홍석은 4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19득점(3점슛 3개), 6리바운드로 96대81 완승의 주인공이 됐다. 서 감독은 "경기 전부터 양홍석이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작은 소망이 이뤄진 게 연패 탈출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양홍석은 "3쿼터 중반 교체 아웃될 때 꾸지람을 또 들었지만 벤치에서 반성도 많이 했고, 다음 경기서 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