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원주 DB 프로미 이상범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이런 시즌은 처음이다.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이종현이 시즌 전 부상. 김상규가 다쳤다. 양동근도 두 차례 부상으로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다. 함지훈도 한 차례 빠졌다. 서명진에 이어 에메카 오카포가 시즌 아웃 됐다.
단독 1위에 오른 DB도 부상 이탈자가 있다. 허 웅이 지난 KGC전 착지 부상으로 올 시즌 세번째 부상 이탈을 했다. 식스맨으로 좋은 역할을 하던 김민구도 이날 빠진다.
이 감독은 "김민구는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스타일이다. 10~15분 정도의 출전시간이 가장 좋은데, 지난 KGC전에서 연장 혈투를 치르는 바람에 출전시간이 늘어났다. 때문에 이날 울산 원정길에 동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행인 점은 부상 중이었던 김현호와 윤호영이 이날 출전이 가능하다는 점.
관건은 베스트 5의 체력 조절. 1쿼터부터 양팀은 로테이션을 활발하게 했다. DB가 오누아쿠의 묵직한 골밑 돌파로 득점을 착실히 쌓았다면, 현대모비스는 특유의 패스 워크에 의한 미드 점퍼를 연거푸 성공. 단, 1쿼터 막판 DB 윤성원이 두경민의 패스를 받고 깨끗한 3점슛을 성공. 16-12로 앞섰다.
2쿼터, 대대적 균열이 일어났다. 발원지는 칼렙 그린이었다. 경기 전 이상범 감독은 "그린의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2쿼터 교체출전한 그린은 미스매치를 적극 공략했다. 2쿼터 4분부터 DB이 모든 점수(18득점)를 책임졌다. 현대모비스가 체력 안배를 위해 리온 윌리엄스를 국내 선수로 교체하자, 더욱 그린은 위력적으로 변했다. 결국 43-27, 16점 차의 DB 리드.
이때부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3쿼터 DB는 두경민의 단독돌파, 김종규와 오누아쿠의 하이-로 게임 등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현대 모비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DB는 수비가 상당히 강했다. 활동력이 좋았다. 현대모비스는 간간이 3점포를 터뜨리면서 추격했지만, 골밑 돌파는 여전히 김종규와 오누아쿠의 트윈 타워에 저지됐다. 3쿼터 2분37초를 남기고, 김종규의 골밑돌파. 60-36, 24점 차 리드.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
DB가 5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현대모비스를 75대56으로 완파했다. 25승14패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현대모비스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에메카 오카포의 빈 자리가 너무 컸다. 외국인 선수 1명만으로 DB의 막강한 골밑을 제어할 수 없었다. 반면, DB는 활발한 로테이션으로 가볍게 1승을 추가했다. 최근 부진하던 그린이 2쿼터에만 18점을 집중하면서 살아난 것도 고무적이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