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환희가 탄식으로 바뀌는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의 2019시즌은 눈물이었다.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맛봤던 2018시즌의 여세를 몰아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오프시즌부터 불거진 크고 작은 문제들은 정규시즌 하주석의 부상 등 변수가 이어지면서 점점 커졌다. 2018년을 3위로 마감했던 한화는 1년 만에 9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한화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 것은 플래툰이었다. 모양은 갖췄지만, 알맹이가 빠졌다. 투수-야수 모두 주전들과 로테이션을 이룰 백업이 없었다. 주전들의 부진 때 백업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힘을 회복한 주전들이 다시 백업들의 휴식 기회를 만들어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용덕 감독이 2018시즌 취임 이래 줄곧 리빌딩 기조를 이어갔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정은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중 두각을 드러낸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화가 반등을 이루기 위해선 '뎁스 강화'가 필수로 꼽힐 수밖에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 중인 한화 한용덕 감독의 평가는 어떨까. 그는 "아직 캠프 초반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활약상을 좀 더 지켜 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앞선 두 시즌에서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큰 경험을 했다. 앞선 두 시즌과는 다른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한화는 내실 있게 뎁스를 강화했다.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국내 선발 요원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발 전환에 성공한 장시환 영입으로 부담을 덜었다. 베테랑 장민재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김이환도 성장세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불펜은 FA 정우람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안영명과 이태양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야수 부문에선 이용규, 하주석 등 지난 시즌 이탈했던 자원들이 돌아왔고, 지성준의 이탈로 뎁스가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수 자리 역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해창을 수혈해 안정을 찾았다. 변우혁, 노시환 등 지난 시즌 기회를 부여 받았던 신예들 역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주도로 분위기가 일찌감치 잡히면서 신예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분은 기대감을 더 키우는 요소다.
한 감독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은 존재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고, 경쟁에 대한 의욕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거듭된다면 플래툰 구성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반등을 선언한 독수리군단, 유일무이한 우승 대업을 일궜던 '약속의 땅' 피오리아를 21년 만에 다시 찾은 그들은 배수의 진을 쳤다. 지독한 성장통을 겪었던 한화는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