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김학범호의 9회 연속 올림픽행을 TV로 지켜봤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지메시' 지소연(29·첼시 위민스)이 여자축구 사상 첫 올림픽 티켓을 향한 첫 경기에서 멀티골 활약으로 간절함을 드러냈다.
지난 2006년, 만15세8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지소연에게 올림픽 무대의 꿈은 절실하다.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3위, 광저우-인천-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동메달,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프랑스여자월드컵 2회 연속 진출 등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써온 그녀가 유일하게 밟지 못한 무대가 올림픽이다. 지난달 22일 콜린 벨호에 첫 합류한 지소연은 "U-23 남자대표팀이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확정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늘 남자팀은 가는데 여자팀은 같이 못가서 마음이 안좋았다. 이번 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꼭 가고 싶다"며 강한 결의를 다졌다.
3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미얀마와의 1차전은 간절한 꿈의 시작이었다. 지소연의 2골 2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7대0 대승을 거뒀다.
지소연은 전반 6분만에 페널티킥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미얀마의 밀집수비 속에서 지소연은 팀에 투혼을 불어넣었다. 프리킥 찬스때마다 특유의 날카로운 킥을 올렸고, 날선 스루패스를 찔러넣으며 공격 찬스를 빚어냈다. 2-0으로 앞선 후반, 지소연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급격히 체력이 무너진 미얀마를 상대로 중원과 최전방을 쉴새없이 오가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후반 7분, 지소연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박예은의 패스를 이어받아 전방으로 쇄도했다. 침착한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멀티골 불과 1분만인 후반 8분, 이번엔 지소연이 후배 박예은에게 깔끔한 어시스트로 빚을 갚았다. 박예은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지소연은 후반 25분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문전 택배 크로스로 박예은의 멀티골까지 도우며 2골2도움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지소연은 대한민국의 7골 중 4골에 관여하며 에이스의 가치를 증명했다.
지소연은 대승에 만족하지 않았다. 목표는 미얀마, 베트남이 아니다. 그 다음 단계,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B조 강호' 호주 혹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지소연은 "플레이오프에선 호주, 중국같은 강팀과 맞붙어야 한다. 예선전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우리는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길만 생각한다. 미얀마든 베트남이든 우리가 하려는 플레이를 똑같이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벨 감독의 주문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감독님께서 우리에게 '할 수 있다, 성공할 것을 믿는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매 트레이닝, 매경기, 사소한 훈련 하나하나 성실하게 해나간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셨다."
콜린 벨 감독 역시 부임 후 처음으로 지켜본 에이스 지소연의 첫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지소연은 월드클래스 선수다. 선수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면서 "특히 후반에 열린 공간으로 잘 찾아들어갔다. 또한 수비를 끌고 나오면서 공간을 만들어냈다. 현명하고 기술적이며 후반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지소연의 강점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소집훈련을 통해 본 지소연의 모습에 만족한다"며 흐뭇해 했다.
콜린 벨호는 9일 오후 3시 베트남과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치른다. 조 2위 안에 들 경우 B조(호주, 중국, 태국, 대만) 상위 2개 팀 중 한 팀과 3월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베트남전에서 지소연은 올림픽의 꿈과 함께 또 하나의 역사에 도전한다. 지소연은 A매치 122경기째인 미얀마전 멀티골로 통산 56-57호골을 터뜨리며 차범근 전 남자 A대표팀 감독의 통산 58골 A매치 최다골 기록에 단 1골 차로 다가섰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역사를 다시 쓴 지소연이 9일 베트남전에서 골을 기록할 경우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