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팬들과 함께 하는 팀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한화 이글스의 새 주장 이용규가 2020시즌 '팀 세리머니' 탄생을 알렸다.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기쁨을 주고 받는데 그치지 않고 팬들과 함께 하는 세리머니를 제안했다.
그가 고안해낸 세리머니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일명 '엄지척' 포즈다. 이용규는 "올 시즌 선수들과 활기차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새로 고안해낸 세리머니를 선수들에게 열심히 전파 중"이라며 "안타, 홈런을 쳤을 때 선수들끼리 주고 받는게 아닌, 선수가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면 나머지 선수 뿐만 아니라 우리 팬들도 함께 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팀과 응원해주는 팬들 모두 최고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며 "장난스런 것보다는 의미 있는 세리머니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프링캠프 시작 후 내가 세리머니를 하면 후배들이 조금씩 따라 해주고 있다"면서 "선수끼리 마음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지켜봐주는 팬들의 마음도 소중하기에 함께 세리머니를 만드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용규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소통왕' 칭호를 받았다. 훈련장 안팎에서 선수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표정 속에 훈련에 임하고 있다. 룸메이트인 후배 내야수 노시환은 이용규를 따라 운동삼매경에 빠졌다. 이용규는 "룸메이트를 정하기 전 '코 안고는 후배가 누구냐'고 했더니 노시환이 대뜸 본인이라고 하더라. 아니라고 하더니 (코를) 엄청 곤다"고 껄껄 웃은 뒤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싶으면 캠프가 끝나는 순간까지 똑같이 하겠다고 약속하자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더라. 힘들어 하면서도 스스로 나서서 끝까지 하려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어 "테크닉적인 몸 만들기와 웨이트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힘이 들지만, 나중에 적응이 되면 모두 자기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세리머니와 소통에 담긴 이용규의 속내는 '갈망'이다. 그동안 승리만을 바라보던 모습을 탈피해 '즐기는 야구'로 더 높은 곳에 서고 싶다는 열망을 담았다. 이용규는 "그동안 전투적으로 야구를 해왔다. '즐기는 자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까지 즐기질 못했다"며 "지금도 그런 승부욕은 남아 있지만, 언제까지 야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팀원들과 좀 더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부진한 성적 때문에 분위기 다운된 부분도 있지만, (소통, 세리머니 등) 작은 부분들로 빠르게 분위기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숙소에선 최대한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선수들의 건의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나도 언제든 귀를 열어놓고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됐으니 후배들에게 의견을 달라고 있다. 몸을 만드는 스프링캠프인 만큼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피오리아9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