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에도 '황금세대'가 있다.
유독 걸출한 빅스타가 많아 팬들에게는 설렘을, 구단들에게는 고민을 던졌던 세대. 대표적인 그룹이 1973년생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필두로 고교 시절 '트로이카'로 불렸던 손경수 임선동 조성민과 염종석 정민철 차명주 박재홍 손 혁 등 수 많은 빅네임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재는 감독과 단장, 전문가 등으로 야구장 안팎에서 야구 발전을 이끌고 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황금세대'는 1982년생과 1988년생으로 양분된다.
두 세대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라는 점이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정상호 조영훈이 포진한 1982년생 대표팀 선수들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13회 혈투 끝에 미국을 9대7로 꺾고 우승했다. 투-타에서 활약한 추신수가 대회 MVP에 올랐다.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김선빈 이두환 임태훈 등이 포진한 1988년생 대표팀 선수들은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9회 임익준의 끝내기 안타로 미국을 4대3로 꺾고 우승했다. 3경기 연속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김광현이 대회 MVP, 양현종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절치부심' 1982년생
1982년생 '황금세대'는 역대급으로 화려하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 스타들. 2020년, 이들을 관통하는 사자성어는 '절치부심'이다.
야구에 관한 한 남부러울 것 없는 자부심.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예외는 없다. 2019년, '야구천재'로 불리던 이들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슬금슬금 '에이징 커브'란 말이 흘러 나왔다. 승승장구 하던 시절, 바짝 올려놓은 몸값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는 팀도 옮겼다. 자발적으로 나온 선수도 있지만, 필요성이 떨어져 흘러나온 선수도 있었다. FA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올 시즌은 절치부심의 해다. 각오가 단단하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자존심 탑의 높이 만큼 '마지막 불꽃'이란 말을 단호히 거부한다. 캠프 전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롯데의 반등을 책임진 이대호는 비 활동 기간 동안 개인훈련을 통해 군살을 쏙 뺐다. 삼성으로 복귀한 오승환 역시 지난해 발목을 잡았던 팔꿈치 통증을 수술을 통해 털어내고 '끝판왕'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성실성으로 재활과 근력, 체력 훈련을 소화하며 준비도 단단히 했다. 팀을 옮긴 정근우(한화→LG),정상호(LG→두산), 채태인(롯데→SK)은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FA시장에서 진통을 겪은 김태균(한화)과 김강민(SK)은 묵묵히 시즌을 준비중이다. 손승락은 아직 미계약 FA다.
▶'화룡점정' 1988년생
1988년생 '황금세대'의 약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양현종 김선빈, 두산 베어스 이용찬이 대표적이다.
현존 최고의 선수들인 만큼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통해 '화룡점정'을 완성할 참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이자 대한민국 에이스 듀오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절정의 두 투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테이프는 김광현이 먼저 끊었다. 소속팀 SK의 배려 속에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며 기어이 오랜 꿈을 이뤘다. 좌완이 없는 팀의 5선발 진입을 노린다.
고교 때부터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의 메이저리그 진출. 국내에서 모든 것을 다 이뤄 자칫 목표가 흐릿해질 수 있는 양현종에게는 신선한 자극제다. 올 시즌 최고의 해를 보낸 뒤 홀가분한 FA 신분으로 빅리그 진출을 타진할 전망이다.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이용찬 역시 2020년 활약이 중요하다. 마무리 경험을 갖춘 토종 선발 투수라는 희귀성이 강점이다. 실제 이용찬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을 맡아 뒷문을 책임지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경우 복수 구단의 러브콜로 몸값이 오를 수 있는 투수다.
4년 최대 40억원의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KIA에 남은 김선빈에게도 올시즌은 중요한 한 해다. 이범호와 안치홍이 한꺼번에 빠지며 부쩍 어려질 팀 내야진의 중심을 잡을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