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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디니 왕조'는 계속된다, 3세대 다니엘 말디니 AC밀란 꿈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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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할아버지 보고 계시죠?'

앳된 얼굴을 한 선수가 등번 98번을 입고 유니폼 매무새를 고쳤다. 두근두근. AC 밀란 데뷔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휘슬이 울렸다. 말디니 가문의 3세대 다니엘 말디니(18)가 산시로(밀란 홈구장)를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다니엘은 2일 산시로에서 열린 엘라스 베로나와의 2019~2020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2라운드에서 1-1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3분 사무 카스티예호(25)와 교체 투입돼 짧게나마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야말로 깜짝 투입이었다. 밀란 레전드이자 현재 밀란 스포츠 디렉터를 맡은 다니엘 부친 파올로 말디니(51)도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스테파노 피올리 밀란 감독(54)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8·감기 몸살), 크르지초프 피아텍(24·헤르타 베를린 이적)이 모두 벤치에 없는 상황에서 유스팀에서 주로 활약하던 다니엘을 전격적으로 기용했다. 그는 "이 소년은 재능이 넘친다. 실력도 있다"고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경기에 차이를 만들긴 짧은 시간. 하지만 단 1초여도 충분했다. 다니엘은 "나는 늘 데뷔를 목표로 했다. 꿈을 이뤘다.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웃었다. 다니엘의 가족은 밀란 구단을 넘어 이탈리아 축구계를 대표하는 '명문가'다. 다니엘의 조부인 체사레 말디니는 1954년 밀란 1군에서 데뷔해 세리에A에서 4번 우승하고, 감독으로 2시즌 팀을 지휘했다. 1985년 16세 나이로 데뷔한 파올로 말디니는 2009년 은퇴할 때까지 세리에A 역대 최다인 647경기를 뛰었다. 리그 우승 7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를 따내며 로쏘네리(밀란 애칭)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6년 타계한 체사레와 파올로 모두 밀란의 주장을 역임했다.

할아버지가 데뷔한지 66년, 아버지가 데뷔한지 35년만에 산시로에서 첫선을 보인 다니엘은 수비수였던 두 선수와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올 시즌 유스팀인 프리마베라에서 6골(9경기)을 터뜨리는 활약으로 1군으로 콜업돼 데뷔 기회를 잡았다. 그는 "(경기 전)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아버지께서 진정하라고 하셨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강인(발렌시아) 로드리고(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2001년생인 다니엘은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밀란 유스팀에서 잘 성장했지만, 밀란 1군의 핵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레전드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그림자와도 싸워야 한다. 피올리 감독은 "말디니 왕조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지금은 은퇴한 명공격수 출신 디에고 포를란(41)도 우루과이에서 유명한 축구가문이다. 할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코라조가 우루과이 대표팀 선수와 감독을 역임했고, 부친인 파블로(74)도 우루과이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월드컵을 누볐다. 포를란은 A매치 112경기에 출전 36골을 남겼다. 루이스 수아레스(32·FC 바르셀로나)가 등장하기 전까지 자국 내 최고의 골잡이였다. 삼대가 모두 '남미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했다. 스페인 수비수 마르코스 알론소(29)도 3대가 모두 스페인 국가대표를 경험했고, 멕시코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1·LA 갤럭시)는 3대가 모두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