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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흥행 보단 중요한 만듦새"…'클로젯' 김남길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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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김남길(38)의 연기적 고민과 노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각본,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 제작). 극중 퇴마사 경훈 역을 맡은 김남길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무뢰한'(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살인자의 기억법'(2016), 드라마 '상어'(2013), '열혈사제'(2019) 등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남길. 지난 해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하며 제대로 물 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영화 '클로젯'에서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특유의 매력을 캐릭터를 연기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경훈은 아내를 잃은 후 딸 이나까지 실종돼 실의의 빠진 상원(하정우)를 찾아온 의문의 남자. 스스로 퇴마사를 자처하는 그는 상원에게 집안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이가 이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아이들 실종 미스터리의 중심에는 벽장이 있음을 강조한다. 상원과 함께 벽장 속으로 사라진 이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이날 김남길은 오컬트 영화에 출연했지만 "원래 무서운 걸 잘 못 보는 편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오컬트 장르의 마니아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을 것 같다. 놀라는 장면들이 있지만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됐다기보다는 영화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놀라게 하는 찝찝한 부분은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하)정우 형이라도 이야기 했던 부분이 공포 영화 베이스라는 이유로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과장하고 오버하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공포 영화를 잘 못보는 편임에도 '클로젯'을 택한 이유를 묻자 "예전에 공포 영화 관계자들이 찍을 땐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런데 찍으면서는 우리가 다 알고 찍으니까 무서운 건 진짜 없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나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 장르가 신선했다. 공포나 미스터리나 오컬트는 나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자신도 없었다. 일단 제가 그런 장르를 잘 못 보다보니까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며 "그런데 장르적 신선함이 오히려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가오더라. 정우 형과 (윤)종빈이 형(제작자)이 함께 해보자고 하더라. 맨날 술자리에서 영화의 다양성을 이야기 하지 말고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함께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남길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원래 절친한 사이였지만 연기 호흡은 처음이라는 그는 "형은 현장에서나 밖에서나 똑같은 사람이다. 말 많고, 저렇게 연기 대충해도 되나 싶고 그렇다"고 너스레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이어 "정우 형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하나 신의 힘을 주지 않더라도 전체를 보면서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배우들은 처음부터 과한 연기를 하면 전체적으로 튀어 보이는 부분이 있지 않나. 중간 중간 등장하는 배우들은 과하게 하면서 자기 존재를 보여줘야 되지만, 쭉 등장하는 배우는 그러면 안 되더라. 그런 조절을 정말 잘하는 배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중 '먹방 연기'에 대해 '먹방 연기 대가'인 하정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며 "'먹방의 신께서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는데 '그냥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고 성의 없게 조언 해주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소리를 많이 내고 입에 많이 넣고 정말 배고플 때처럼 먹어라'라고 하더라. 제가 컵라면을 엄청 좋아하는 편인데도 세 네 번 계속 먹으니까 물리더라"며 웃었다.

2019년을 연기 대상으로 마무리하고 2020년 영화 '클로젯'으로 대중을 만나게 된 김남길. 그는 흥행에 대한 부담이 더 클 것 같다는 질문에 "저는 영화나 드라마나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편이다"고 답했다. 그는 "흥행이라는 건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작품을 찍을 때는 흥행 보다는 소위 말해 '쪽팔리지 않을 작품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임할 뿐이다. 필모그래피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며 "사실 영화라는 게 사회적 분위기, 정권에 따른 분위기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잘되기도 하고 외면을 받기도 하지 않나.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만듦새에 있어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김남길은 과거에는 흥행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내가 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무조건 잘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그런데 욕심처럼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욕심을 내지 않게 되더라. 다만 좋은 작품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흥행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묻자 "어릴 때는 성공이라는 기준 자체가 달랐다. 잘 되어야지 '넥스트가 있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은 성공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는 책임감으로 연결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작품, 같이 선택한 스태프들에게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지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기와 작품을 향한 싶은 고민에 대한 생각도 진솔하게 전했다. "내가 좋은 시나리오는 다른 배우도 좋을 수밖에 없다. 택해지는 입장에서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택해지기도 한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유명하고 아닌 것을 떠나서 내가 할 수 있는 롤 안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에는 '왜 남들은 120점짜리 시나리오와 감독과 하는데 왜 난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런 원인을 자꾸 밖에서 찾았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스스로 자학하게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택할 때 대체 관객수과 작품성 중에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건가 혼란스럽기도 했다. 나중에는 내가 매력이 없었는데 자꾸 남 탓을 하게 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고민과 생각이 컸기에 지난 해 연기대상 수상이 더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하자 김남길은 "사실 대상 수상에 대한 큰 감흥은 없는 편"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작품을 해도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지자 도대체 왜 오르지 모르는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작품의 작품성이 부족해서라고, 또 어떤 때는 흥행이 부족해서라고 하더라. 그 부분이 힘들었다. 막말로 '시상식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과거에는 그런 것들에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들로 고민이 많을 때 가장 힘이 되어준 건 바로 동료들이었다. 그렇기에 '열혈사제'를 통해 상을 받을 때도 상을 받았다는 기쁨 보다는 상의 공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돌릴 수 있으니까 그게 더 좋았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클로젯'은 단편영화 '자물쇠 따는 방법', '모던 패밀리'를 연출한 김광빈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이다. 하정우, 김남길, 허율 등이 출연한다. 2월 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