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개성 강한 선수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희생하는 원팀이었다."
'캡틴' 이상민(22·울산)이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행, 사상 첫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달성한 김학범호의 힘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 후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이상민은 입국 직후 선수단을 대표해 나선 인터뷰에서 "감독님, 선수단 모두의 목표가 우승 타이틀이었다. 목표를 이뤄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우승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우리 팀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스타일도 강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장 낮다는 생각으로 희생정신을 보여줬다. 원팀으로 시너지를 보여줬고 이 부분이 우승으로 가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답했다.
20세 이하 대표팀 이후 연령별 대표팀 주장을 도맡아온 이상민은 '원팀' 동료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리더'다. 리더의 진가는 준결승 호주전 승리로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행을 이룬 직후 라커룸에서 빛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승리에 도취되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팀원들에게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선수들 몫까지 한발 더 뛰자고 제안한다. "나는 게임하면서 들었어. 우리 애들이 응원하는 소리를. 그래서 우리가 하나가 돼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던 거지. 하나가 되지 않았다면 운도 안따라줬을 거라 생각해. 우리는 거의 경기를 뛰었지만, 여기 있는 (골키퍼) 찬기, 준수 한 경기도 못 뛰었는 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내색 하나도 안하고 밖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해주고…, 우리 그런 고마움을 알고 마지막 경기 최선을 다해 뛰자."
'백전노장' 김학범 감독이 1998년생 센터백 이상민에게 주장 완장을 믿고 맡긴 이유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이상민은 "우리 팀에는 빠른 97년생 형들, (김)진규형, (이)유현이형, (이)동준이형도 있다. 후배인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동료, 후배들도 내가 싫은 이야기를 할 때도 공감해주고 잘 따라준다. 정말 감사하다.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도 힘을 많이 실어주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주장 이상민의 눈에 비친 '학범슨' 김학범 감독은 어떤 모습일까. 이상민은 "겉모습은 카리스마 있고 무섭지만 나이 차이 나는 선수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시고 항상 공부하신다. 팀을 위해 매순간 몸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신다. 생활하면서 그것이 느껴진다.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그래서 우리 팀이 잘 된 것같다. 선수들이 감독님을 존경한다. "
이상민은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잠비아전에서 인공호흡 등 빠른 응급처치로 그라운드에서 의식을 잃은 '절친' 정태욱의 생명을 구했던 '미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랜 센터백 듀오로 첫 우승컵을 합작한 이상민은 "태욱이가 요즘 '생명의 은인'을 망각한 것같다. 다시 상기해줄 때가 됐다"고 농담하더니 "아니다. 이번 대회 (결승전 결승골을 넣은) 태욱이가 우승시켰으니, 이제 내가 고마워해야겠다"며 싱긋 웃었다.
'원팀'으로 도쿄올림픽 메달 목표도 분명히 밝혔다. "감독님이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말씀하셨다. 저희들 또한 감독님 생각과 같다. 대회가 막 끝났다. 구체적인 생각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감독님께서 그 목표를 갖고 계신다면 우리 선수들도 똑같이 맞춰 가겠다."
인터뷰를 마친 이상민을 향해 새벽부터 공항에서 줄을 선 소녀 팬들이 몰려들었다. "실력도, 인성도 최고예요!" "너무 잘생겼어요!" 하이톤 찬사에 이상민의 얼굴이 상기됐다. "이 팬들 덕분에 축구한다. 정말 감사하다. 더 잘해야겠다, 더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