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의료기관도 긴장 속에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병원은 진료 전 우한 여행력을 알려달라는 안내문을 출입문 등에 부착했다. 또 내부 인트라넷 등으로 의료진에게 의심환자 대응방침을 전달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병원 출입문과 더불어 외래 진료실 앞, 엘리베이터, 로비 등에 중국 우한시 여행력이 있고 발열과 호흡기증상이 있는 환자는 응급의료센터 선별진료소로 방문해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경희대의료원, 고대구로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등도 우한 폐렴과 관련한 선별진료 안내문을 출입문, 응급실 입구 등에 게시했다.
의료진도 의심환자 스크리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에게 메르스 대응절차에 준해 대응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의심환자 스크리닝 매뉴얼을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의료진에게 중국 방문력 등에 대한 확인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대한병원협회는 협회 내 '중국 우한시 폐렴 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비상업무체계에 돌입했다. 상황실에서는 우한 폐렴 관련 병원 민원 등을 접수한다.
이처럼 의료기관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이유는 2015년 겪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가 뼈아픈 경험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메르스는 병원에 입원한 '슈퍼전파자'에 의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우한 폐렴환자 1명이 의료인 14명을 감염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슈퍼전파자는 전파력이 강한 환자를 지칭하는데 보통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다. 다만 슈퍼전파자의 출현은 환자 개별 특성이 아닌 환자가 처한 환경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슈퍼전파 이벤트'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슈퍼전파는 주로 입원실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함께 생활할 때나 인공호흡이나 기도삽관 등으로 환자의 분비물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 퍼지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난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슈퍼전파는 환자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의 문제"라며 "슈퍼전파자를 막는 게 아니라 이런 환자가 사전에 분류될 수 있도록 선별진료를 강화하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무엇보다 환자가 병원에 내원할 때 스스로 선별진료가 필요한지 알 수 있도록 정보전달(홍보)을 강화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에서는 이런 환자가 방문했을 때 누가 진료를 할 것인지, 기본검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옮기기 전에는 어디에서 대기하도록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 역시 메르스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사대상 유증상자'를 걸러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지역사회나 의료기관에 머물며 슈퍼전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2015년 메르스는 병원 감염관리의 실패로 볼 수 있다"며 "메르스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의료기관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관리체계를 보면 과거보다 병원들의 여행력 알리기나 마스크 사용, 선별진료 등의 상황이 나아졌다"며 "첫 번째 조사대상 유증상자 역시 병원에서 해외방문력을 확인하고 질본에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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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