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와 김태균(38)의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이 설연휴도 넘길까.
한화 측이 FA 및 연봉 협상 마무리를 공언했던 스프링캠프 출발(30일)까지 8일밖에 남지 않았다. 설연휴가 끝나면 단 3일 뿐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아직 '무소속' 신분이다.
김태균은 '한화 17년 원클럽맨(日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 제외)'이다. 자타공인 팀을 대표하는 선수다. 그는 2019년 시즌 종료 직후 FA가 됐다.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FA다.
타 팀 이적 가능성은 없다. 김태균 자신도 잔류를 전제로 올시즌 한화에 대한 기대치나 자신의 목표를 허심탄회하게 밝힐 정도다. 2020년은 2001년 데뷔한 김태균에겐 데뷔 20주년이란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이승엽(前삼성 라이온즈)이나 박용택(LG 트윈스)이 마지막 FA 계약 당시 해를 넘기지 않은 반면, 김태균은 좀처럼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한화 측은 지난 19~21일에 걸쳐 2020시즌 선수단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등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미계약 FA'였던 윤규진, 이성열과 각각 1+1년 5억원, 2년 최대 14억원(3년차 팀옵션)에 계약을 마쳤고, 연봉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김태균과의 협상 역시 이미 최종 제안을 제시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현재로선 계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복귀한 2012년, 한화와 FA에 준하는 대우인 4년 60억원에 계약했다. 이어 2016년 첫 FA 때는 4년 84억원의 매머드급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제 KBO FA 협상 분위기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한결 냉정하게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다. 한화 정민철 단장은 스토브리그 동안 '합리적인 계약'을 강조해왔다.
한화와 김태균의 눈높이가 다르다. 김태균은 지난 4년간 성적, 특히 장타력이 급감했다. 계약 첫 해였던 2015년 타율 3할6푼5리, 23홈런 136타점으로 이름값을 해냈지만, 이후 출루율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성적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 시즌은 타율 3할5리 6홈런 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7할7푼7리로 2년차 징크스를 겪던 2002년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 17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장타율 4할, OPS 8할이 모두 무너졌다.
한화 측은 박용택이나 이승엽의 FA 계약 전 성적에 비해 김태균의 지난 4년간 성적이 꾸준히 하락중인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년간 76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거포로 활약한 이성열의 계약을 감안하면, 한화 측의 제안이 김태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음은 자명하다.
"이승엽 형처럼 멋지게 한화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김태균의 소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김태균은 '자존심 회복'을 외치며 올시즌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김태균의 입단(2001년) 이후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우승도 은퇴 전에 일궈내겠다는 각오다. 한화의 마지막 우승은 1999년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