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기회를 얻은 자, 일을 낸다.'
AFC U-23 챔피언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학범호'에서 흥미로운 승리공식을 발견할 수 있다.
기회를 얻은 자가 해결사로 나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분좋은 공식은 조별리그 1차전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김학범 감독은 '팔색조 용병술'이라고 해서 변화무쌍한 더블 스쿼드 운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승리공식은 팔색조 용병술이 잘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9일 한국과 중국의 조별리그 1차전, 한국은 경기 종료에 임박해 이동준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챙겼다. 약체로 평가받던 중국에 예상 밖으로 고전하다가 '극장골' 덕분에 승리한 것이라 더 짜릿했다.
이동준이 골을 도운 이는 같은 부산 아이파크 소속 김진규였다. 이들은 K리그에서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눈빛만 봐도 서로가 어떤 플레이를 준비하는지 아는 사이다. 당시 골은 둘의 환상 호흡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김진규가 측면 뒷공간으로 파고 드는 이동준을 향해 '택배 패스'를 찔러줬고, 이동준은 익숙한 패턴에서 마무리했다.
둘은 이날 벤치 대기였다. 김진규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고, 이동준은 후반 12분 김대원의 대타로 나섰다. 평소 손발이 잘 맞는 둘은 적응 시간을 보내고 나더니 결국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이어 12일 이란과의 2차전(2대1 승)에서는 조규성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조규성은 이전 중국과의 1차전에서 '벤치워머'였다. 중국 맞춤형 라인업을 구사했던 김 감독의 전술에 따라 오세훈이 최전방 풀타임으로 뛰었다.
말하자면 조규성은 이란전 맞춤형 스트라이커로 '칼'만 갈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전에서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터뜨린 이동준이 이란전서는 선발 출전해 선제골을 넣었고, 조규성이 전반 34분 추가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한국이 후반에 1골 추격을 허용한 점을 감안하면 조규성의 골은 더욱 값졌다.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15일)에서는 오세훈이 펄펄 날았다. 오세훈은 전반 4분과 후반 25분 멀티골을 기록하며 2대1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오세훈은 직전 이란전에서 푹 쉬었다. 후반 인저리타임 때 잠깐 교체 투입돼 컨디션 조절을 했을 뿐이다. 한 경기 쉬었던 출전한 조규성이 '일'을 낸 것처럼 오세훈이 우즈벡전에서 조규성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특히 오세훈 선제골을 떠먹여 준 정승원은 이란과의 2차전에서 첫 출전했다가 후반 15분 교체 아웃된 뒤 이날 3차전에서 다시 기회를 얻어 경기 초반 흐름을 가져오는 큰 역할을 했다.
우연일 것으로 알았던 교체 멤버의 승리공식은 19일 요르단과의 8강전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조규성은 직전 우즈벡전에서 오세훈과 교대하며 또 쉬었다. 조규성의 득점 과정에 관여했던 김진규 이동준은 이번 대회 첫 동시 선발 출전이었다. 짜릿한 '극장골'의 주인공 이동경 역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조커'로 김 감독에게 행운을 안겼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