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오빠는 연예인이 아니에요. 슈가맨이죠. 오빠를 내가 다시 못 봐도 좋아요. 나는 오빠의 삶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식당 서버로 평범한 일상을 이어오던 양준일의 마음을 움직여 한국으로 소환한 건 열혈팬의 이 한마디였다.
'시간여행자' 가수 양준일의 베일에 싸였던 다큐가 공개됐다. 결과는 '본격 입덕 방송'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의 '따뜻한 팬 사랑'과 진심어린 사랑으로 가득찬 힐링 방송이었다.
16일 방송한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에서는 신드롬으로 돌아온 '시간여행자' 가수 양준일의 생애 첫 팬미팅과 이를 준비하는 2주간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의 숨겨진 인성과 매력을 상당 부분 드러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양준일은 공항에 도착해서, 자신을 찾아준 100여명의 기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팬미팅을 위해 모인 아이디어팀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그 고마운 마음, 내가 잃지 않겠다고.. 변하지 않겠다고.. 팬 분들과 대한민국을 감히 감싸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며 감격해했다.
양준일은 요즘 자신의 일상을 방송에 비유하기도 했다. "내 인생은 하루가 별다를게 없는 재방송이었는데.. 이제는 하루가 흘러가는 생방송이 됐다"
그는 10살에 미국에 가족과 이민간 양준일은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왕따를 당했다. 그는 "싸움을 많이 했다. 말도 못하고 많이 싸웠다. 한때는 한꺼번에 3명과 싸운적도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에 와서 해프닝이 많이 있었지만 미국에서 해프닝이 심하게 있었던 것 같다"고 아팠던 그 때를 회상했다.
팬미팅 아이디어 회의 현장. 양준일은 "아이디어 회의가 생애 처음이다. 예전에 혼자 다 하다가. 팀이라는 것에 기분이 좋고 기대감이 생긴다. 희망이 커지고 같이 해주시고 지원해준다는게 감사하고 새로운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감격했다.
양준일의 따뜻한 인성을 제대로 증언해준 것은 한국에 돌아와 다시 만난 샵 원장님이었다. 제니 원장은 과거 V2 활동을 끝낸 양준일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맡겼다. 영어 선생님으로 고용해 당시 양준일이 교습할 집을 구해주고 두 아이들을 보내 생활하게 한 것. 제니 원장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사춘기 시절 양준일 씨와 생활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 때 우리 아이들의 따뜻한 인성을 다 잡아준 것 같다. 아이들도 가장 좋았던 시절을 양준일 씨와 함께 공부하던 그 때라고 한다"고 말했다.
양준일은 뒤늦게 얻은 5살 아들의 아빠로서의 기쁨도 전했다. "아이가 성격이 활달하다 못해 조리원에서 '와일드'라는 별명을 가졌다. 울음 소리도 남다르고 활동량이 뛰어나다. '슈가맨3' 촬영 때 아이가 뛰어다니다가 투명 문에 박았는데 울면서 또 뛰어다니더라. 좀 피곤하다."
10살 미국 이민 당시의 아픔도 털어놨다. 양준일은 "편견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있다. 어린 시절 동양인이 거의 없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그냥 싸움을 걸었다. 학교 끝나면 기다리고 있다. 한 번은 세 명이랑 싸운 적도 있다. 거의 맨날 싸웠다."며 힘들었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전했다.
음악에 빠지게 된 이유는 공부를 못해서라고. 양준일은 "누나, 남동생은 공부를 잘했다. 난 노력해도 안 되더라. 그런데 춤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잘 됐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 잘 됐다. 내가 1집, 2집 할 때 가수 아무나 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치킨 집도 열다 닫지 않냐. 음반을 내고 망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나도 망할 권리가 있지 않나. 그냥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양준일은 파도 같은 사랑으로 자신을 쳐서 숨을 쉴수 없게 만든다는 한국 팬들에 대해 "시든 꽃에 물을 주고 있다"며 "내가 시든 꽃인데 자꾸 물을 줘서 살아나고 있다"고 고마움의 인사를 남겼다. 또한 생애 첫 팬미팅을 앞두고 "무대에서 내 감사함이 나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편 오는 23일에는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 2부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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