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결국 보스턴 레드삭스도 칼을 빼들었다.
보스턴은 15일(한국시각) 알렉스 코라 감독을 경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라 감독은 구단을 통해 "우리는 이 방법(경질)이 구단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는데 동의했다. 보스턴이 전진하는데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보스턴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보스턴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었던 것도 영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코라 감독의 경질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코라 감독은 휴스턴 벤치 코치로 재직하던 2017년 사인훔치기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사인훔치기는 선수 주도로 이뤄진 부분이 많지만, 코라 감독은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돼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제프 러노우 휴스턴 단장, A.J 힌치 감독에게 1년 자격정지 및 휴스턴 구단에 벌금 500만달러와 향후 2년간 신인 드래프트 1, 2차 지명권 박탈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의 중심으로 꼽혀온 코라 감독에 대한 징계는 정작 내려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 NBC스포츠는 '사인훔치기에 반대했고, 시스템 구축에도 관여하지 않았던 힌치 감독은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해임됐다. 코라 감독이 힌치에 비해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에 따라) 징계가 내려진다면, 보스턴도 결국 그를 해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보스턴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구단이 먼저 움직인 것은 이번 스캔들의 파급 효과가 새 시즌까지 미칠 경우 후폭풍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눈길은 이제 뉴욕 메츠를 향해 쏠리고 있다. 사령탑인 카를로스 벨트란 감독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벨트란 감독은 현역시절이던 2017시즌 휴스턴의 사인훔치기 계획에 코라 감독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됐다. 홈친 사인을 타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를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휴스턴 징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벨트란의 혐의를 지목했지만 "9장의 보고서에서 벨트란이 거론된 것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휴스턴 소속 선수들이 현재 다른 팀에서 상당수 활약 중인 부분을 감안할 때도 (선수 징계는) 비현실적"이라며 징계를 내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보스턴이 코라 감독 경질이라는 선제 조치를 취하면서 메츠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른 팀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 내야수로 활약 중인 로건 모리슨은 자신의 SNS를 통해 "휴스턴의 사인훔치기는 이전부터 이뤄져 왔으며,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도 영상을 활용해 사인훔치기를 해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보고서는 가짜뉴스"라고 지적해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