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한국-우즈벡 현장] 체력+동기부여+성적, 세 마리 토끼 다 잡은 학범슨

by

[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학범슨의 용병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이 2020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했다.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이번 대회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우즈베키스탄전을 2대1 스코어로 마쳤다. 15일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은 전반 오세훈의 멀티골에 힘입어 2대1 승리를 기록, 3승 승점 9점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경기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은 대회 개막 전 1차전 상대인 중국 상대 맞춤형 라인업을 가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 등이 그 중심이었다. 경기력은 부진했지만, 경기 직전 터진 이동준(부산)의 결승골로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2차전 이란전은 선발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전과 비교해 무려 7명의 선수가 베스트 11에서 바뀌었다. 조직력이 중요한 축구, 그것도 한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일. 중국전에 뛰지 못했거나, 교체로 나갔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섰다. 이란전 역시 후반 경기력이 저조했으나 2대1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되니 우즈베키스탄전 라인업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김 감독은 "대회 전부터 준비한대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에측 불가능한 변화였다. 이란전 비교 6명의 선수가 다시 바뀌었다. 두 경기에서 한 번도 못뛰었던 윤종규(서울)가 선발로 들어갔고, 다른 대체 자원이 없어 계속 뛸 거라고 예상됐던 주장 이상민(울산)과 왼쪽 풀백 김진야(서울)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꾀했음에도, 강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내고 비겼다. 3연승 실패가 아쉬울 수 있으나, 조 1위를 지켰으니 최상의 결과다.

체력 관리, 동기 부여, 그리고 조 1위 성과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결과다. 김 감독은 대회 전부터 태국의 덥고 습한 날씨, 그리고 타이트한 경기 일정에 주목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조별리그 3경기는 선수들이 골고루 뛸 수 있게 돌려가며 기용을 했다. 마치 기계가 계산을 한 듯 선발, 백업 구분을 지어 플레잉 타임을 잘 맞췄다. 체력은 아끼면서, 경기 감각은 끌어올리게 하는 전략이었다.

두 번째는 동기 부여. 김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두고 "딱히 주전이라고 할 선수는 없다. 23인 전원이 주전이다. 상황에 맞게 기용하고, 선수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들어가든 자신들의 역할을 해낼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했다. 조직력 문제가 대두됐지만, 기회를 얻고 싶은 선수들의 간절함이 그 문제를 희석시켰다. 1차전에 못뛴 조규성(안양)이 기다렸다는 듯 2차전 이란전에서 골을 넣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바통을 이어받아 오세훈이 날았다. 김 감독은 승리가 굳어지자, 경기를 뛰지 못했던 팀 막내 김태현(대전)에게도 교체 출전으로 기회를 줬다.

마지막은 결과물이다. 만약, 김 감독이 이런 실험적인 전략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 엄청난 비난이 날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별리그 통과도 아니고 3연승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거뒀으니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대회 전 한국이 속한 C조는 죽음의 조로 평가됐었다. 이제 남은 건 본선 토너먼트. 김 감독은 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