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의 FA 협상 과정을 겨냥해 말이 많다. 안치홍(30·롯데 자이언츠)을 놓치고 김선빈(31)만 잔류시킨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구단의 속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부정적 의미를 생산해내기 힘들다. 팬들의 오해에 대한 진실을 전한다.
▶단장이 뒤에 빠져 있었다?
팬들은 '김선빈 때처럼 조계현 단장이 협상에 나왔다면 안치홍도 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비난하고 있다. 오해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구단에도 절차가 있다. 구단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FA 선수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단장이 먼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아니다. 운영팀장 등 팀장급 실무진이 스트타를 끊는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처럼 일반선수 연봉 협상 때도 단장이 직접 실무를 진행하는 건 현실과 괴리가 있는 장면이다. 특히 KIA는 지난해 11월 1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역할분담을 철저히 했다. FA 협상은 새로 신설된 운영기획팀에서 맡았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단장이 직접 나선다.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이 모든 실무를 혼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단장이 숨어있거나 뒤에 빠져있던 것이 아니다.
▶구단 협상 태도가 소극적?
충분히 그렇게 보일만 했다. 구단 협상 파트너와 선수 에이전트가 11월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졌다. 선수 측은 명확한 금액을 제안받길 원했다. 그러나 구단이 선뜻 카드를 꺼내기 힘들었다. 이미 애초부터 구단에서 설정한 금액으로 '키스톤 콤비'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수 측이 구단에 제시한 몸값도 상상, 그 이상이었다. 모기업에서 운영비 지원을 받는 구단 입장에선 거품 빠진 시장 상황에 맞게 거짓말하지 않는 데이터를 통해 몸값을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12월 중순부터 해를 넘겨 만난 1월 7일 전까지 구단이 선수 측에 전화하지 않은 건 내부적으로 재검토의 시간을 가진 것일 뿐 협상을 더 딜레이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난시즌부터 KIA의 모든 포지션이 육성기조로 바뀌었다. '베테랑'을 배척한다는 말이 아니다. 기회가 생겼을 때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KIA 협상 실패?
안치홍을 놓쳤다고 해서 KIA가 협상을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과거 FA 선수들의 몸값이 100억원을 넘어가거나 육박하는 시대처럼 '정'으로 퍼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구단도 나름대로 전략을 가지고 짠물수비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프로는 곧 돈이다. 안치홍은 그 논리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팬들이 오해하는 1루수 전향 제시에 마음이 상해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것이 아니다. 협상 과정에선 1루수 전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지난 10년간 2루수를 보던 안치홍의 1루수 전향과 같은 중대사안을 프런트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맷 윌리엄스 감독 등 현장이 2월부터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할 스프링캠프에서 판단할 사안이었다. 물론 롯데와 LG가 제안받은 2+2 옵트아웃 계약조건을 똑같이 제시받았다면 잡을 수 있었을 것이란 건 구차한 변명일 수 있다. 그러나 안치홍 측에서 KIA에 옵트아웃 계약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선수가 명확한 금액이 나오자마자 3일 만에 롯데로 떠났다는 건 구단이 잡고싶은 것과 또 다른 문제다. 돈을 따라 움직인 선수도, 현실에 맞는 적정가를 책정한 구단도 비난받을 수 없는 복잡함이 섞여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