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SBS 간판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1992년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28년째 전파를 탄 장수 프로그램이다. SBS가 1991년 개국했으니 SBS의 역사와 함께한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프로그램이 아직도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알'은 '쇼양'(교양+예능)처럼 웃음과 재미를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실제 사건이주는 리얼리티와 '그알'의 드라마틱한 편집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방송에서도 '그알'은 그 매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11일 '두 남자의 시그니처 - 엽기토끼와 신발장, 그리고 새로운 퍼즐' 편이 방송됐다. 이미 2005년에 방송돼 큰 충격을 줬던 2005년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을 다시 다룬 것. 납치사건 생존자가 탈출할 당시 봤던 '엽기토끼 스티커'를 단서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해 '엽기토끼 사건'으로 불리고 있던 이 사건을 '그알'은 15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추격중이었다.
이날 방송은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고 발견된 머리카락에서 이 발견됐고 DNA 조회까지 가능하다고 밝혀지면서 진범 검거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방송 후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성범죄장 알림e'가 등장할만큼 파장이 컸다.
김성재 건도 그렇다. 지난 12월 21일 고 김성재 편 방송은 다시 불발됐다. 처음 8월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법원이 A씨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불발됐고 4개월 만에 다시 방송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알'을 포기하지 않았다. 21일 '그알'은 '정의는 때로는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편을 방송했다. 3가지 사건을 예로 들며 '그알'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얼마나 끈질긴지를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배정훈 PD는 자신의 SNS에 "결코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법부라는 이름의 기관에서 시작되는 이 사회의 질서와 약속을 존중할 뿐이다. 어쩌면 누군가와 꼭 닮았을, 그런 반칙과 편법을 선택하지 않은 것 역시 그런 이유다. 역시나 나는 아직 이 방송 포기하지 않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알'의 강점이 이처럼 끝까지 추적하는 탐사보도 정신에 있다. 이 사건들 뿐만 아니라 '그알'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경우도 끝까지 추적 끝에 억울한 누명을 쓴 이의 재심을 이끌어냈고 범인까지 특정했다. 공권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중이 '그알'에 더욱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그알'만의 유려한 편집기술 역시 시청자를 사로잡는 잔기술(?)이다. 지난해 3월 방송한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 편은 마치 한편의 반전 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성으로 편집기술의 백미를 선보였다. 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 줄 알았던 이 경위가 사실은 은폐하려고 했다는 반전이 방송 중반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물론 '그알'도 가끔 단순히 의혹만 제기하거나 관련성이 부족한 일들을 엮어 의혹을 부풀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사기관도 아닌 '그알'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잊어서는 안될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데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미와 재미, 두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 시사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그알'은 이 장점만으로도 치하받을만 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