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도연, 정우성부터 신현빈, 정가람까지. 첫 상업영화 데뷔부터 올스타전을 치른 기분이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50에 위치한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의 전도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 역의 정우성, 과거의 기억에 갇혀 버린 노모 순자 역의 윤여정,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역의 신현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 진태 역의 정가람, 그리고 김용훈 감독이 참석했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 작품. 영화 속 인물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뿐,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특히 새롭고 독특한 구성, 촘촘한 스토리,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를 자랑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명배우들을 캐스팅해 기대를 높였다. '칸의 여왕' 전도연을 필두로 지난해 11월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우성, '대배우' 윤여정, '충무로 블루칩' 신현빈·정가람 등이 출연해 한 편의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앙상블을 펼쳤다는 후문. 무엇보다 '베테랑' 전도연과 정우성은 데뷔 이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첫 호흡을 맞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이다.
이날 전도연은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뻔한 장르물일 수 있는데 극적인 장면이 정말 신선했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는 "연희 캐릭터는 센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힘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이 아는 연희와 모르는 연희 두 모습이 있다. 태영이 아는 연희는 굉장히 사랑스러운데 지금 보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정우성은 "전도연과 함께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진심이다. 많은 분이 전도연과 내가 작품을 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다.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 짧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고 애정을 쏟았다.
그는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허당이다. 때 묻은 강아지인데 때 묻은걸 모르는 인간이다.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인간인데 어쩌다 나쁜 짓에 몸 담는다. 착각에 빠진 허당인 인물을 연기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사채 빚에 시달리며 지친 남자를 연기해야 했던 정우성이었지만 빛나는 외모로 지친 모습을 표현하기 힘들었다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의상 실장. 그는 "모든 의상 실장님들의 딜레마다"고 특유의 농담을 전해 장내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또한 정우성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첫 작품으로 선보이게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수상을 받기 전 끝낸 작품이다. 물론 상의 무게와 격려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내 앞의 동료에게 떳떳한 연기를 보이는게 더 우선인 것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런 모습이 잘 투영돼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두 배우는 데뷔 이래 첫 호흡으로 관심을 받는 중. 이에 전도연은 "현장에서 알았다. 우리가 첫 호흡을 맞췄다는 걸. 어쩐지 굉장히 어색하고 부끄럽더라.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적응하고 나서는 끝이 났다. 너무 아쉬웠다. 정우성과 좀 더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우성이 현재 감독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어서 남는 캐릭터 없냐고 물어봤는데 이미 캐스팅이 끝났다고 하더라. 요즘 아무 작품이나 다 하는데 캐스팅이 안됐다"고 웃었다.
정우성은 "동료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각자 활동하다보니 거리감이 있었다. 나중에 현장에서 '어색했다'며 말했는데 그게 캐릭터 연기인줄 알았다. 나중에 다른 영화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혀 장내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윤여정은 "전도연이 같이 작품을 하자고 해서 선택했다. 전도연이 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인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별로 나오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늙어서 그런지 피 나오는 영화를 싫어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르더라. 나이가 많을 수록 연기를 정말 잘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신인이 더 잘하더라. 나는 스스로 딜레마와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도연은 리허설인데도 실전처럼 해서 너무 힘들었다. 전도연이 리허설인데도 실전처럼 해서 나를 내다 꽂았다. 열정이 아니라 무모한 것 같다. 예전에도 따귀 때리는 신에서 나를 힘들게 했다"며 폭로해 파안대소하게 했다. 전도연은 "예전에 임상수 감독의 '하녀'(10)를 찍을 때 윤여정 선생님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다. 차마 선생님의 따귀를 때릴 수 없어서 NG를 좀 냈다. 그때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이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내 머리채를 잡는다. 그 장면을 많이 기대하신 것 같더라"고 답했다.
윤여정은 "칸에서 상도 받은 여배우를 연기 못 한다고 하면 내가 돌아이 아닌가? 한 번은 이 작품을 하면서 놀란적이 있었다. 내 분량을 찍을 때였는데 집에 가지 않고 지켜보더라. '선생님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궁금하다'며 보더라. 그런 지점이 놀라웠다"며 애정을 담은 칭찬을 전했다.
신현빈은 "전도연 선배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모든 캐릭터의 캐스팅이 된 상황에서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이 됐다. 막상 내가 하게되니 기쁘면서도 부담이 됐던 작품이다. 많이 도와주시고 배려해줘서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선배 전도연은 신현빈을 향해 '열졍적이고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고 평한바, 신현빈은 "매일 매일 힘들다기 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된 작품이다. 캐릭터가 변해가는 모습이 많았는데 어려운 부분도 있엇지만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에서 고생스러운 장면은 다들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남게된 작품이다"고 의미를 새겼다.
정가람은 "내가 연기한 진태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먼 미래를 바라보기 보다는 지금 당장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캐릭터다. 외적인 부분보다 순간순간 느끼는 대로 연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김용훈 감독은 "소설은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소설에서만 허용된 구조였는데 이걸 영화적으로 어떻게 바꿀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뼈대를 잡는게 어려웠다. 캐릭터로는 좀 더 평범하게 그려지길 바랐다"며 초호화 캐스팅에 대해 "야구로 치면 첫 경기부터 올스타전을 치르는 격이었다. 많이 부담도 되면서 압박감도 있었다. 내가 부족한 면을 배우들이 꽉 채워줬고 같이 작업하는 순간마다 놀라움의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작품은 이어달리기 같은 작품이다. 각 인물이 바톤터치하듯 전개되는 작품이다. 400m 계주를 보는 듯 영화를 관람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