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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 침대·베개부터 IoT 기기까지…'슬리포노믹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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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포노믹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는 슬립(Sleep)과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수면 관련 산업을 의미한다.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2년 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3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의학의 한 분야로만 여겨졌던 수면 시장은 최근 가구, IT 등 여러 분야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며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질 좋은 수면'은 지갑을 열기에도 매력적이다. 새로운 서비스는 자신의 개성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슬리포노믹스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지만 해외에서는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1990년도 후반부터 수면 관련 제품이 쏟아지며 산업이 발달해 각각 20조원과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대·베개 등 숙면 아이템부터 IoT 기기, 공간 서비스까지 인기몰이

국내에서 슬리포노믹스는 가구업계를 시작으로 통신 및 IT기업, 유통업계 등이 이끌고 있다. '꿀잠'을 위한 침대·베개 등 숙면 아이템부터 IoT 기기, 숙면을 위한 공간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며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업계 추산치에 따르면 국내 침대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 침구시장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4년 신세계백화의 침대 매출 신장률은 3%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4.7%로 늘어났다. 가구업계는 성장세 확대를 위해 최근 '슬리포노믹스' 관련 다기능 매트리스, 침구류와 가구 등을 출시에 나서고 있다.

한샘은 LG전자와 함께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바흐801 스마트 모션베드'(스마트 모션베드)를 개발, 판매중이다. 스마트 모션베드는 구글 홈과 연동을 통해 음성 인식으로 제어되는 게 특징이다. 구글 홈은 AI 기반의 음성비서기술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스피커다. 구글 홈이나 스마트폰의 한샘 모바일 앱을 통해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편안하게 침대 상부 각도조절부터 조명 온/오프 등의 실내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샘은 국내 소비자들의 수면 환경을 반영해 생활 밀착형 제품 '포시즌 유로6 매트리스'를 출시한 바 있다. 포시즌 유로6 매트리스는 탈부착이 가능한 '포시즌 패드'와 토퍼, 그리고 스프링 매트리스로 구성됐는데, 이중 패드는 25~50도의 온열 기능을 제공한다. 온돌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한 것. 또 매트리스는 머리, 어깨, 허리 등 몸이 닿는 부분마다 경도가 다른 신체 굴곡에 맞춰 디자인됐다. 포시즌 유로6 매트리스는 올해 한샘의 오프라인 매장 판매 매트리스 기준 가장 많이 판매됐다는 게 한샘 측 설명이다.

온라인 매트리스 제조판매업체로 변신해 지난 10월 코스피 재상장에 성공한 '지누스'는 연일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지누스는 1979년 설립된 텐트 회사 진웅기업이 전신이다. 198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경영 악화로 2005년 상장 폐지됐다. 그러나 절치부심, 매트리스로 종목을 바꿔타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누스는 2013년 글로벌 쇼핑몰 아마존에서 매트리스를 판매를 시작으로 2018년 11월에는 국내 판매에 나섰다. 입소문에 힘입어 지누스는 2019년 3분기 전체 매출 6200억원 가운데 96억원을 국내에서 벌어들였다. 20대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꿀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자랑하는 지누스의 매출 또한 급상승곡선을 그린 것.

이윤재 회장은 지누스의 강점에 대해 "매트리스를 돌돌 말아 박스에 넣는 아이디어는 10년 전만 해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지누스는 150년이 넘은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유통 혁신을 해 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외에 일룸은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무중력 자세'로 혈액 순환 촉진과 편안한 숙면 환경을 제공하는 '모션 베드'를 판매중이며, 이케아는 지난 8월 서울 강남대로에 '깨워요, 멋진 날!'이라는 주제로 팝업 공간을 열어 관심을 끌었다. 당시 이케아는 수면 테스트와 숙면을 위한 개인 맞춤형 가구 및 배치 등을 제안해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한편 슬리포노믹스에 주목하고 있는 곳은 가구업체 뿐만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슬리포노믹스 시장 공략에 나선 IT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초 수면산업협회에 가입한 LG유플러스는 'IoT숙면알리미'와 'IoT숙면등'을 출시했다. IoT숙면알리미는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 사이에 깔아 고정시키는 형태로 이용자의 호흡과 맥박, 뒤척임 수 등을 측정하고 분석해 종합 수면 상태를 점수로 환산해 스마트폰 앱으로 보여준다. 이외에 수면 가이드도 함께 제공한다. IoT 숙면알리미는 홈 IoT 플랫폼 'IoT@home' 앱을 통해 다른 IoT 기기들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IoT숙면등은 조명에 스피커 기능이 결합돼 다양한 조명 효과와 심신 안정 유도 음원을 제공해 숙면을 돕는다.AI(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거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수면 카페나 수면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CGV는 직장인 밀집 지역인 여의도 CGV에 점심시간에 한정한 '시에스타(Siesta)' 서비스를 지난 2016년 3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리클라이너 좌석이 비치된 프리미엄관에서 1만원으로 최대 90분 동안 낮잠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을 맞아 해당 서비스는 잠시 중단된 상태로 내년 2월 3일 다시 오픈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면서 "향후 한국 IT 기술과 접목된 제품과 서비스가 계속해서 개발되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수면 환자, '삶의 질' 관심 높아진 현대인들

수면산업협회는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가 2020년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5000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성장세다.

슬리포노믹스 시장의 급성장 배경에는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국가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약 41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수면 질환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도 슬리포노믹스 시장의 성장을 한몫 거들고 있다. '경기도 수면 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수면 질환 유병자 수는 88만3000명에 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른 불면증 진료 환자 역시 2012년 약 40만명에서 2016년 약 54만명으로 증가했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수면산업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의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이미 보편화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시장 규모는 미국 45조원, 중국 38조원, 일본은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준기 수면산업협회 부회장은 "2020년에는 침구류와 베개 등에 센서를 부착해 이용자들의 수면 패턴 등을 분석하고, 수집된 빅데이터를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오프라인 공간 체험을 통해 상품 구매를 돕는 '체험형 매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