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경자년 새해, 교착상태에 빠졌던 FA 계약 소식이 잇달아 들리고 있다. 연봉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프로야구 흥행을 이끄는 세팀, 엘롯기로 불리는 전국구 인기 세 구단은 어떨까. FA 시장에서 명암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롯데 플러스, LG 현상유지, KIA 마이너스다.
롯데는 플러스다. 우선,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이탈했던 노경은을 FA계약을 통해 전력화했다. 새해 들어 정상급 2루수 안치홍도 얻었다. 원 소속팀 KIA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예기치 못했던 기회가 생겼다. 안치홍 측이 롯데 등 복수의 구단들에 옵트아웃과 바이아웃으로 부담을 줄인 2+2 계약안을 제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결국 안치홍은 계약기간 2년 최대 26억원(바이아웃 1억원), 2022~2023년 2년간 상호 옵션 최대 31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년 후 구단과 선수가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계약 형태. 결국 롯데는 2년 최대 26억원이란 저렴한 비용에 안치홍을 얻으며 약점이었던 2루 공백을 단숨에 메웠다. 롯데는 곧바로 내부 FA 전준우를 4년 최대 34억원에 잔류시키며 전력 유출을 막았다. 1루수로 변신할 전준우는 새로운 2루수 안치홍, 유격수 마차도와 함께 공-수를 겸비한 탄탄한 내야진을 구성하게 될 전망. 손아섭 민병헌 등 황금 라인 외야진과 함께 막강 라인업을 짤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일찌감치 최대 약점이던 포수 약점을 한화와의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영입하며 최소화 했다. 미국에서 행크 콩거(최 현) 코치를 영입해 포수진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계회적이고 단계적으로 완성되고 있는 치밀한 움직임. 내년 시즌 반등의 희망이다.
LG는 정근우를 영입해 2루 경쟁 체제를 만들었지만 크게 보면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없다. 기존 전력 유지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선수단 기 살리기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화된 선두 그룹과 진검 승부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FA 내야 최대어 오지환과 긴 줄다리기 끝에 4년 40억원에 잔류시켰다. 자칫 오지환이 빠졌더라면 대체하기 힘든 공백이 생길 뻔 했다. 송은범(2년 10억원) 진해수(2+1년 14억원)도 잔류시키며 불펜진 손실을 최소화 했다. 9일에는 선수단 전원과 연봉계약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나섰다. 마무리 고우석에게 무려 254.8%가 인상된 2억2000만원을 안기는 등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대우로 선수단 사기를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8일 신년 하례식에서 "창단 30주년인데다 쌍둥이 (숫자)인 2020년에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KIA는 엘롯기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마이너스 구단이다. 예기치 못한 안치홍의 유출 때문이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신예 황윤호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보험용 카드로 영입한 베테랑 2루수 나주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안치홍의 존재감을 하루 아침에 메우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안치홍을 놓친 KIA는 또 다른 FA 김선빈 잔류에 힘을 쏟고 있다. 만에 하나 안치홍에 이어 김선빈 마저 유출될 경우 그야말로 내야 붕괴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치홍의 갑작스러운 이탈이 아쉽지만 박찬호 같은 샛별 탄생의 기회로 전화위복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