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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선수들 불러와!' 뿔난 에버턴 팬들 훈련장으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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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9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에버턴 훈련장 '핀치 팜'에 에버턴 팬 7명이 몰려들었다.

'타임스' 'BBC'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들은 앞길을 막아선 보안요원에게 "선수들을 당장 여기로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보안요원이 이를 거부하자, 더 많은 팬들이 훈련센터로 몰려왔다. 입구를 봉쇄할 정도의 인원이 집결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축구계는 이성을 잃은 팬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스포르팅 리스본 사태를 통해 똑똑히 확인했다. 2018년 복면을 쓴 스포르팅 팬 50여명이 경기장 라커룸으로 난입했다. 이들이 휘두른 폭력에 공격수 바스 도스트(30·프랑크푸르트) 등이 부상을 당했다. 라커룸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당시 스포르팅 골키퍼였던 루이 파트리시오(31·울버햄턴)는 최근 스포츠 방송 '스카이스포츠'에 출연해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에 따르면 팬들은 선수들에게 "웃어? 턱을 부숴버린다", "죽여버린다" 등 살해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도스트, 파트리시오, 주앙 무티뉴(34·울버햄턴), 윌리엄 카르발류(28·레알 베티스) 등 핵심 선수들은 이 사건 이후 팀을 떠났다.

스포르팅 팬들이 테러를 감행한 이유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에버턴 팬들이 모인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다. 에버턴은 이틀 전인 6일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에서 다른 팀도 아니라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 리버풀에 0대1로 패해 탈락했다. 심지어 주력이 대부분 출전한 에버턴과 달리, 리버풀은 십 대 선수를 다수 포함한 사실상의 2군으로 나섰다. 에버턴은 1999년 이후 20년 넘게 적지인 안필드에서 승리를 하지 못했다.

에버턴 미드필더 파비안 델프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일부 에버턴 팬들과 감정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선수들의 훈련 시간에 나타났다. 보안요원, 관계자 사이에 무력충돌, 나아가 '제2의 스포르팅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이때, 어디선가 '해결사'가 나타났다. 마르셀 브란즈 풋볼 디렉터였다. PSV에인트호번에서 이직해 현재 에버턴의 중책을 맡은 이 고위 관계자는 팬들 앞에 서서 대략 20분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구단의 입장에 서서 '리버풀전에서 보인 에버턴 선수들의 플레이와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팬들은 큰 소란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현지 매체들은 '브란즈 디렉터가 사태를 말끔히 해결했다'고 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