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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한걸음씩 애쓰며 걷는中"…'죄많은→해치지않아' 전여빈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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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금 제가 가고 있는 행보를 봤을 때 관객이 봐주기 좋은 걸음인 것 같아요. 한 걸음 한 걸음 무지 애쓰고 걷는 중인데 관객이 봐줄 때 너무 성급하지 않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차근차근 밟아가는 모습이면 좋겠어요."

코미디 영화 '해치지않아'(손재곤 감독, 어바웃필름·디씨지플러스 제작)에서 자이언트 나무늘보 탈을 쓴 남친바라기 사육사 해경을 연기한 배우 전여빈(31). 그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해치지않아'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HUN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해치지않아'는 팔려 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기상천외한 캐릭터 설정, 동산파크 5인방이 선보이는 동물과 사람을 넘나드는 역대급 1인 2역 활약 및 팀 케미스트리 등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여 새해 관객을 찾는다. '해치지않아'는 지난해 1월 개봉해 1626만명의 관객을 동원, 코미디 장르 흥행 신기록을 새로 쓴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의 제작진이 만든 신작으로 일찌감치 '제2의 극한직업'으로 불리는 중. 탄탄한 구성과 배꼽 잡는 코미디, 여기에 동물 학대와 보호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사로잡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해치지않아'는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바, 특히 '죄 많은 소녀'(18, 김의석 감독),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대세'로 떠오른 전여빈이 '해치지않아'에서는 평소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하지만 남자친구의 연락에는 0.1초 만에 반응하는 사육사로 변신해 웃음을 선사한다. 나무에 매달려 온갖 근육통과 경련에 시달리는 나무늘보 탈을 쓴 사육사로 존재감을 드러낸 전여빈은 전작과 180도 다른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새해 스크린을 열게 됐다.

전여빈은 '해치지않아'를 선택한 이유에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는 '죄 많은 소녀' 개봉 전이었다. '해치지않아' 손재곤 감독이 OCN 드라마 '구해줘'와 문소리 감독의 단편 '여배우'(14)를 보고 나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고 하더라. 물론 전에도 내가 단편을 촬영할 때 단편 감독의 친구분이어서 다 같이 차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손재곤 감독은 사석에서 만났을 때 모습과 작품 속 모습이 너무 달라서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배우로서 좋게 봐주셨다. 그래서 나를 캐스팅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재곤 감독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여빈 씨에게 제안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 글을 보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 편안하게 이야기 해달라'고 하더라. 어떤 역할이냐고 물어보니 '여빈 씨는 나무늘보 역할입니다'라고 해서 처음에는 장난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도로 당황했다. 나중에 '해치지않아'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전작의 어두운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이 아예 없어졌다. 나에게 재미있는 역할을 제안해줘서 바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해치지않아' 출연을 결정하고 이후 손재곤 감독이 '죄 많은 소녀' 시사회에 왔는데 그걸 보더니 '여빈 씨는 나무늘보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또한 "평소에 스스로 나무늘보를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들어보니 아주 어렸을 때 별명이 코알라였다고 하더라. 엄마 친구들이 코알라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알라와 나무늘보가 좀 닮지 않았나? 나도 요즘 나무늘보를 보면서 나를 느낀다. 이제 받아들이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실제 성격은 나무늘보와는 다르다. 차분할 때는 차분하지만 다급할 때는 다급하다. 추진력이 있다. 의사소통할 때도 많이 돌려서 말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탁 터놓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편이다. 나무늘보 탈을 처음 봤을 때 '스타워즈' 시리즈의 츄바카 닮았다고 했다. 지금 영화 속 대사에도 담겨있지만 그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해치지않아'를 통해 본격 코믹 연기에 도전, 전작과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낸 전여빈은 "심정적으로는 '죄 많은 소녀'나 '멜로가 체질'에서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무게감이 있다. 인물 각자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물론 '해치지않아' 해경 역시 남자친구한테 상처를 얻게 되는 캐릭터다. 해경이도 우는 장면이 있다. 그럼에도 '해치지않아'는 좀 더 가볍게 임한 것은 사실이다. '해치지않아'는 인물들이 많은 영화다. 극 자체도 신나고 재미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정 연기를 해야 할 때는 최대한 그 인물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 같다. 당연히 인간 전여빈으로서는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고 좋은 일이건 안 좋은 일이건 많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다. 다만 배우로서 그 감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도덕적으로 분리를 시키려고 한다. 배우로서 인물이 되고 인물로서 살아가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상하게 상황이 믿어질 때가 있다. 내가 정말 해경이가 되기도 하고 은정이가 되기도 한다. 그 순간이 완전히 믿어질 때가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의 일이라는 게 자기가 계획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늘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보면 관객이 봐주기에 좋은 걸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걸음 한 걸음 무지 애쓰고 걷는 중인데 관객이 봐줄 때 너무 성급하지 않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차근차근 밟아가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여빈은 동물 탈을 쓰는 연기를 시도한 '해치지않아'와 펭수에 대한 비교에 대해서도 확고한 소신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사실 펭수가 신드롬이 되기 전 영상을 보고 완전 입덕한 팬 중의 하나였다. 펭수를 보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너무 희한한 존재가 등장했다'며 주변에 알리고 그랬다"며 ""펭수는 탈을 쓴 사람이 아니다. 펭수는 남극에서 온 자이언트 펭귄이다. 남극에서 큰 꿈을 품고 온 펭귄이다. 개인적으로는 펭수를 정말 만나고 싶었다. '해치지않아'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은 펭수가 함께 했는데 우리와도 함께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만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그래도 펭수의 활약을 응원한다. 지금 너무 스케줄이 많아서 몸이 많이 힘들 텐데 펭수가 건강을 해칠까 걱정된다. 펭수가 '해치지않아'를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 욕심같아서는 펭수가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하더라"고 펭수 사랑을 전했다.

특히 "내가 펭수의 원조 팬이라고 하기에는 진짜 찐 팬이 있기 때문에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살짝 일찍 펭수에게 기웃거리는 정도였다. 진정한 원조라고 하기에 어렵다. 예전에 영상 초반에 '펭수야 응원해'라는 댓글도 달았지만 펭클럽이라고 주장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전여빈은 "우리 영화가 개봉하는 시점에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 '해치지않아'를 포함해 '닥터 두리틀'(스티븐 개건 감독) '미스터 주: 사라진 VIP'(김태윤 감독)까지 '동물 영화 3파전'이라고 하더라. 그럼에도 우리 영화는 특히 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마니아층만 좋아할 수 있는 영화도 있지 않나? 우리 영화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흥행을 자신했다.

더불어 최근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호주 산불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산불을 겪고 있는 호주는 서울 면적 100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고 이로 인해 5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희생됐다. 이와 관련해 전여빈은 "어제(8일) 해치지않아 GV(관객과의 대화) 끝나고 호주 소방관분들의 장례식 하는 장면을 매체를 통해 봤다. 아이들이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사진 밑에서 꽃을 놔두는 걸 보고 너무 슬펐다. 이걸 내가 어떻게 위로할 방법이 없으니까 속상했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것밖에 없더라. 이런 자연재해가 너무 무서운 것 같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서 강원도 산불이 크게 나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내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다 보니까 더 마음이 쓰였다. 그런 피해가 더는 없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빨리 진화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위로를 전했다.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 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와 팔려 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등이 가세했고 '이층의 악당'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