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누가 많이, 활기차게 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 같아요."
혼돈의 남자프로농구다. 시즌 초반 전력차에 따라 각 팀들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최근에는 누가 이길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다.
선두로 독주 체제를 갖출 것 같던 서울 SK가 3연패에 빠졌다. 그 사이 안양 KGC가 치고 올라왔다. 오세근, 변준형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추락할 것 같던 KGC가 예상 외의 깜짝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 오리온은 최악으로 치닫는 것 같더니, 5일 대어 안양 KGC를 잡았다. SK와 KGC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부상 중이던 허일영까지 복귀해 완전체가 됐다. 전주 KCC는 4일 원주 DB에 맥없이 졌다가, 5일 서울 삼성을 상대로는 훨씬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최근 급격한 지각 변동으로 순위 싸움이 더 흥미롭게 됐다. 공동 선두 SK, KGC와 6위 부산 KT의 승차는 4.5경기밖에 안된다. 또 공동 9위 오리온, 창원 LG와 KT의 승차는 또 4.5경기밖에 안된다. 중위권 팀들이 아직 최상위권을 꿈꿀 수 있고, 최하위 팀들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됐다.
최근 달라진 트렌드는 누가 열심히 뛰느냐다. KCC 전창진 감독은 "4라운드 들어서며 리그 전체가 평준화 되가는 느낌이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뛰는 체계가 자리가 잡히며,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전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느 팀이 하나로 뭉치고, 한 발 더 뛰느냐에 승부가 갈린다. KGC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KCC의 에이스 이정현도 "이번 시즌은 10개팀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어느 팀 선수들이 궂은 일을 많이 하고, 많이 뛰어다니느냐의 싸움이다. 활기찬 농구에 승패가 갈린다"고 밝혔다.
최근 구단들에서는 '확실한 토종 센터 보유=승리'라는 공식이 깨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외국인 선수가 두 명이 함께 뛸 때 기량 좋은 토종 센터까지 있는 팀의 골밑은 난공불락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로 어느 팀도 확실하게 골밑을 압도하지 못한다. 전체적인 높이가 낮아도, 더 많이 뛰고 조직적인 수비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게 더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KGC 김승기 감독은 "우리 팀 전력으로 1등을 한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선수들이 부상자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한 발이라도 더 뛰려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농구는 전력 분석 시스템 등이 너무 좋아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된다. 결국 외국인 선수, 특정 에이스에게만 의존하는 농구는 한계가 있다. 하위권, 최근 하락세인 팀들을 보면 여실히 증명된다. 그 때 강조되는 게 결국은 기본이다. 한 발 더 뛰고, 수비에서 앞서나가는 팀이 승리를 얻어내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