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저도 이런 시즌은 처음이라…."
'대들보' 이승현(28·고양 오리온)이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사연은 이렇다. 오리온은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개막 27경기에서 단 8승(18패)을 거두는 데 그쳤다. 허일영, 마커스 랜드리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동력을 잃었다. 오리온은 최하위에서 허덕였다. 이승현은 "프로 데뷔 후 줄곧 중상위권에 있었다. 늘 6강 플레이오프(PO)는 올랐다. 한 번도 하위권에 있었던 적은 없다. 지난 시즌 군에서 복귀한 뒤에도 PO에 출전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 KBL 역사상 처음으로 10연패 뒤 6강 PO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한숨 속에는 자책도 담겨 있었다. 이승현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팀에 제대로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몸 상태가 이정도로 좋지 않았던 적도 없다. 나도 이런 시즌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럽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승현은 발바닥 부상으로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무너질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이승현은 2020년 첫 날 홈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4라운드 첫 경기에서 공수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32분17초 동안 15점-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상대의 추격이 거세던 4쿼터에만 7점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오리온은 83대75로 승리하며 활짝 웃었다.
경기 뒤 이승현은 "올 시즌 처음으로 SK를 상대로 승리해 기쁘다. 1월1일에 2020년 첫 승을 하게 돼 좋다. 선수들이 투지를 갖고 뛴 것이 승리의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상황은 좋지 않지만, 한 번도 6강 PO를 포기한 적 없다. 아직도 최하위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기회는 우리가 놓친 것이다. 우리가 못해서 팬들께 실망을 줬다. 반성한다. 어떻게 해서든 PO는 가야 한다. 라운드마다 6~7승을 해야한다. 선수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 부상에서 돌아올 선수도 있다. 기회는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오리온은 3일 열리는 서울 삼성전에서 올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한다.
고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