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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출전' 외인규정 유명무실해지는 현실, 올해도 토종 선발투수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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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BO이사회는 지난 11월 외국인 선수 규정 가운데 '3명 보유, 2명 출전' 조항을 '3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바꾸고 올시즌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대신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요구대로 1군 엔트리를 27명에서 28명으로 1명 늘려 선수 가동폭을 넓혀줬다.

그러나 구단들 스스로가 원했던 외국인 선수 3명 출전은 올해 보기 힘들 전망이다.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 3명을 '선발투수 2명과 타자 1명'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출전하려면 3명이 모두 야수이거나, 투수 1명과 야수 2명, 선발과 구원투수 각 1명과 야수 1명 등이어야 한다.

헌데 10개 구단을 통틀어 이같은 선수 구성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구단들이 선발투수 2명, 야수 1명으로 계약을 완료하고 있다. 1일 현재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확정한 구단은 SK, 키움, NC, KT, KIA, 한화, 롯데 등 7개팀이다. 하나같이 선발투수 2명, 야수 1명을 뽑았다. 우승팀 두산의 경우도 원투 펀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빠진 자리에 크리스 프렉센과 라울 알칸타라를 채워넣었다. 모두 선발투수다. 야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는 재계약 협상중이다.

SK 역시 새 외국인 투수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 모두 선발 보직이다. KIA와 롯데도 각각 외인 투수 2명을 모두 바꾸면서 선발투수들을 데려왔다. KIA의 경우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와 일찌감치 재계약하며 양현종과 짝을 이룰 외인투수 2명을 모두 선발로 확정했다. 아직 완료하지 않은 두산, 삼성, LG도 선발투수 2명, 야수 1명이 목표다.

외국인 선수는 투수 2명-야수 1명, 또는 투수 1명-야수 2명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선발투수 부족 현상을 겪는 KBO 구단들은 그동안 선발투수 2명, 야수 1명을 정해진 '규칙'처럼 여기고 외국인 선수를 구성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삼성이 투수 저스틴 헤일리를 퇴출시키면서 외야수 맥 윌리엄슨을 영입해 외국인 야수 2명을 기용한 바 있으나, 이는 매우 제한적인 케이스다.

그렇다고 투수 2명 중 하나를 구원투수로 쓰기도 애매하다.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시즌 풀타임을 던진다고 치면 선발투수는 150이닝 이상을 기대할 수 있으나, 구원투수는 아무리 등판 기회가 많아도 80이닝 이상 던지는 건 무리다. 물론 선발 외국인투수를 상황에 따라 구원으로 투입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지만, 이 역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0개 구단 가운데 토종 투수로 5인 로테이션을 만들 수 있는 팀은 사실상 없다. 억지로 만든다고 해도 수준이 떨어진다. 선발투수난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아마추어 저변이 갈수록 약화되고, 외국인 투수들이 주요 선발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토종 선발투수는 희귀종이 돼 버렸다. 외국인 선수 3명 중 2명을 선발투수로 뽑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3명 출전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는 슬픈 현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