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국내선수 득점이 절실하다."
마치 모래성의 한 귀퉁이가 무너지는 듯 했다. 나름 팽팽했던 승부의 판세는 한 순간에 부산 KT 쪽으로 쏠렸다. 창원 LG가 안간힘을 썼지만, 놓쳐버린 승기는 다시 잡을 수 없었다.
LG가 '농구영신' 이벤트 매치에서 2년 연속으로 부산 KT에 패했다. LG는 12월 31일 밤 9시50분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시작된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T와의 원정경기에서 66대84로 패했다. 이 경기는 2019년 마지막 날에 시작돼 2020년 시작을 코트에서 맞는 이벤트 매치였다. 이날 사직 체육관에는 7833명의 '역대급' 관중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KT가 경기장을 축소운영한 이래 최초의 매진이었다.
흥행은 대성공이었지만, 경기 자체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이날 양팀은 1쿼터에 합산 21득점(KT 11, LG 10) 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번 시즌 한 쿼터 최소득점 신기록. 도합 16개의 3점슛이 모두 빗나갔다. 2쿼터도 비슷한 양상. 그나마 3쿼터부터 공격 흐름이 살아났다. 3쿼터가 끝날 때 양팀은 49-49로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4쿼터 시작 직후 KT가 질주를 시작했다. LG가 속절없이 밀렸다. 점수차는 계속 벌어졌다. KT는 5연패를 끊었고, LG는 3연패에 빠졌다.
이날 경기에 대해 LG 현주엽 감독은 "항상 리바운드를 강조하는 데, 그 부분과 함께 상대의 달리는 농구에 대한 제어가 안됐다. 또한 KT 국내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득점을 허용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초반에는 그나마 외국인 선수 제어가 됐는데,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져 높이 싸움에서 밀렸다. 또 턴오버가 많다 보니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LG는 3쿼터까지 KT에 49점만 허용했으나 4쿼터에 무려 35점을 내줬다. 이에 대해 현 감독은 "집중력의 차이다. 턴오버도 많이 나오고 체력적 부담이 있다보니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 감독은 "다른 것보다 국내 선수 득점이 살아나야 한다. 김준형을 빼고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상대 선수보다 기싸움에서 눌려있지 않나한다. 공격에서 국내선수 득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