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에 몰렸던 '학교체육대상 수상학교' 화천정보산업고 여자축구부가 존속될 전망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9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여자 축구부 해체에 대한 감사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화천정산고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시도의 조례로 미리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정보산업고 학교 운영위원 선출과정의 위법성으로 인해 운영위 구성이 무효이고 이에 따른 각종 심의 의결사항이 원천무효 처리된다"고 밝혔다.
'여자축구 레전드' 김유미 감독이 이끄는 화천정산고는 자타공인 여자축구 명가로, 지난달 28일 교육부와 스포츠조선이 주관하는 2019년 학교체육대상 여학생축구 활성화 고등부 부문 상을 수상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직접 시상자로 나서 축구소녀들의 꿈을 응원했다.
화천정산고의 올시즌은 눈부셨다. 전국여자축구선수권, 한국여자축구추계연맹전에서 잇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춘계연맹전, 여왕기 대회에선 준우승했다. 전국체전에선 3위에 올랐다. 4번의 전국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의 눈부신 성과를 거뒀고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2005년 팀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12일 여자축구선수권 직전 학교장으로부터 축구부 해체 1차 공지가 떨어졌다. 2003년 사상 첫 미국여자월드컵을 이끈 후 2011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 감독은 강하게 버텼다. 해체설 속에 이를 악물었다. 담담하게 선수들을 다독이며, 오직 감독과 선수로서 해야할 일에만 집중했다. 이후 나선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화천에서 열린 추계연맹전 우승 직후 축하는커녕 학교장 명의의 2차 해체 통지 문자가 날아들었다. '2020년 2월29일까지 축구부를 운영하고 이후 해체한다. 1월3일까지 기숙사에서 개인용품을 반출하라'는 최후통첩이었다.
학부모, 지역민, 축구인들의 반발속에 지난 19일 강원도 의회 교육위원회 김준섭 의원이 해체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교직원, 선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지만 확인 결과 이 과정이 누락됐다. 학부모 학생의 동의없는 화천정산고 축구부 해체 과정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원도교육청이 이 주장을 인정, 감사에 착수하면서 한달만에 일방적 해체 결정은 무효화됐다. 도교육청은 "운동부 해단시 교직원과 운동부 소속 학생선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당 운동부 학부모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여자축구부 해체를 무효화하고 학교 측에 후속조치를 지시했다.
화천정산고를 지키기 위한 코칭스태프, 선수, 학부모, 축구인들의 절실한 염원과 여자축구를 아끼는 화천군, 지역민들의 노력이 통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강원도 유일의 여자축구 명문고가 살아남았다.
김유미 화산정산고 감독은 19일 폴란드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과 함께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지도자상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해피엔딩'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