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남아공월드컵 헤발슛 영웅' 이정수(39)가 베트남 정해성 사단에 전격 합류한다.
이정수는 2020년 새시즌 정해성 감독의 호치민시티에서 수비 전담 코치로 동행할 예정이다.
이정수는 지난 4월 '자신이 축구를 시작한 도시' 용인에서 열린 여자대표팀과 아이슬란드의 친선전에서 백군기 용인시장에게 용인시 축구 꿈나무 육성기금 5억 원 기부를 약정하며 축구계 안팎에서 잔잔한 화제가 됐다. 19일 KFA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직후 베트남을 향했다. 20일 호치민시티FC 코치 계약에 합의했다.
정해성 호치민시티 감독은 이 코치의 합류를 "천군만마"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내달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새시즌 구상에 한창인 상황, '말 통하는' 따뜻한 실력파 이 코치 영입이 전격 성사됐다.
정 감독은 "12월 초 한국에서 이정수 코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한국인 코치를 필요로 하는 상황, 남아공월드컵에서 수석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이 코치가 '선생님과 함께 배우며 일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나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베트남과 국내 지도자들의 연봉차가 크기 때문에 선뜻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맙게도 이 코치가 급여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편하게 이야기를 해줬다. 호치민에 돌아와 이 코치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측에 할 수 있는 최고 조건을 맞춰달라고 제안했고, 회장님이 이 코치를 직접 독대한 후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독보적인 경력과 실력을 인정했다"고 성사 과정을 설명했다. 이 코치는 향후 정 감독 사단의 수비 전담 코치로 일하게 된다. 아시아 무대에 첫 도전하는 호치민의 수비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코치는 대한민국 레전드 센터백이자 2010년 남아공월드컵 '헤발슛'의 주인공이다. 수비수로서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전과 3차전 나이지리아전에서 2골을 넣으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딩 하려다 발을 맞고 들어간 골이 팬들 사이에 '헤발슛'이라는 애칭으로 회자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코칭 경험도 쌓았다. 이정수는 2017년 4월 수원 삼성에서 시즌 도중 은퇴한 뒤 2017년 안효연 감독 아래서 동국대 코치로 일했다. 2018년 미국 2부리그 샬럿 인디펜던스에서 현역으로 복귀한 후 은퇴를 선언했고, 올해 8월부터는 자신이 자란 용인축구센터에서 기술감독으로 일했다.
나이 마흔이 되는 2020년, 전도양양한 지도자 이정수는 새로운 도전과 현장 경험을 위해 조건 없이 호치민행을 선택했다. 정 감독은 "월드컵 출전, 골 등 한국 국가대표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지닌 이 코치의 영입에 벌써부터 베트남 현지 언론과 팬들의 기대가 크다"고 귀띔했다. "이 코치는 대표팀, 프로, 해외 경험도 풍부하고 인화와 소통에 능한 만큼, 새시즌 선수들을 이끌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호치민시티는 내달 21일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ACL 플레이오프 2라운드 원정으로 새 시즌을 시작한다. 부리람을 꺾을 경우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상하이 상강과 붙게 된다.
사상 첫 ACL 진출과 AFC컵을 앞두고 정 감독은 이달 말까지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 감독의 첫 시즌인 올해 깜짝 준우승 역사를 쓴 호치민시티는 새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호앙안잘라이 소속으로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임대중인 콩푸엉 영입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가운데 정해성 감독-이정수 코치의 '대한민국 월드컵 사제 호흡'에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