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우주 대스타' 이병헌 형과 호흡, 너무 완벽해서 악마 같았어요. 하하."
재난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 덱스터픽쳐스 제작)에서 모두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된 EOD(폭발물 처리반) 대위 조인창을 연기한 배우 하정우(41). 그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백두산'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을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로 올겨울 텐트폴 극장가 최강자로 떠오른 '백두산'. 남북 이념 간의 갈등을 베이스에 두고 백두산 폭발이라는 초유의 재난을 더한 '백두산'은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로 재난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한 재난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초토화된 평양은 물론 강남역 지진, 한강 해일, 현수교 붕괴 등 한국 특수효과 기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최상의 퀄리티를 '백두산'에 담은 것. 또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재난 상황을 담기 위해 한국 영화 최초로 잠수교 전면을 통제해 촬영,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역대급 규모로 재난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
여기에 '백두산'은 이름만 들어도 무조건 '믿고 본다'는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해 흥행을 주도했다. 특히 '더 테러 라이브'(13, 김병우 감독) '터널'(16, 김성훈 감독) 'PMC: 더 벙커'(18, 김병우 감독) 등 현실적 재난 상황에 맞닥뜨린 스토리와 캐릭터로 한국형 재난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재난 장인' 하정우가 '백두산'을 통해 다시 한번 재난 장르에 도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이 다가올수록 작전에 책임감을 느끼고 임무를 수행하려는 조인창 대위로 완벽 변신한 하정우는 절박한 상황 속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기와 인간적인 매력을 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조인창과 함께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 역의 이병헌과 첫 호흡임에도 전매특허 '찰떡 브로맨스'를 선보였고 조인창의 아내 최지영 역의 수지와도 적재적소 부부 케미스트리를 펼쳐 '믿보배'의 저력을 과시했다.
'백두산'의 기획, 제작, 그리고 출연까지 감행하며 애정을 쏟은 하정우는 "'백두산'은 화산 폭발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았다. 평소 '투모로우'(04,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같은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더 록'(96, 마이클 베이 감독)의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느낌이다. 진지하지 않고 흐물흐물한 캐릭터의 연기가 흥미로웠다. '더 록'에서 캐릭터를 보면서 입체적이다고 느꼈다. 그 지점에서 내가 맡은 조인창의 느낌이 시작됐다. 조인창은 전투병이 아니라 기술병인데 전투 상황이 펼쳐지니까 낯설고 두려울 것이다. 그런 부분을 영화 속에서 점점 보여주고 싶었다. 리준평을 만나면서 영향을 받아 조인창이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연달아 재난 물에 도전한 하정우. '재난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재난 장인'이라는 이야기를 '백두산'을 통해 처음 들었다. 계속해서 재난 물에 도전하고 있지만 영화가 재미있으면 관객으로부터 용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재난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미지가 재난 물에 갇히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보다는 걱정된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이병헌과 첫 호흡을 맞춘 소회도 전했다. 실제로 하정우는 '백두산' 준비 당시 이병헌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을 제의했다는 후문. 그는 "2014년에 '백두산' 영화가 기획됐다. 당시 '신과함께'와 'PMC'를 준비할 때였다. '백두산'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고 공동제작을 하게 됐다. 모두가 다 이병헌 형을 원했다. 이후 이병헌 형에게 시나리오를 줬고 그때 병헌 형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찍을 때였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고 같이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백두산'에 합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병헌 형은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병헌 형은 '슈퍼 대스타'의 느낌이 들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 '우주 대스타' 느낌인데 가까이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다. 털털한 느낌을 받았고 따뜻한 사람이더라. 좋은 인간미를 많이 느꼈다. 연기할 때는 에너지가 참 좋다고 느꼈다. 매 테이크 갈 때마다 열정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20~30대 같은 열정을 느꼈다. 심지어 너무 악마같이 완벽한 느낌이라 열정까지 계산됐나 싶기도 했다. 별명을 '악마'라고 지어주고 싶었는데 본인이 '알랭 드롱'을 밀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배우들의 만남인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기 싸움도 존재했을 터. 하지만 하정우는 기 싸움은커녕 편안했다며 이병헌과 차진 호흡을 자랑했다. "이병헌 형과 첫 만남이었는데 좋은 배우와 같이 만날 때 오히려 반대로 매우 편안하다. 연기할 때 조인창이라는 역할이 상대 배우 덕분에 더욱 맞는 느낌이 들었다. 이병헌 형과 의견 충돌은 거의 없었다. 촬영하기 전 리딩 때 영화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 자유 토론 시간에는 서로 마음껏 이야기했다"며 "매번 작품 할 때마다 상대 배우와 신경전을 물어보는데 뭐가 됐든 영화가 재미있으면 장땡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부터 선배들과 연기를 해서 이번 작품도 선배들과 잘 보조 맞추고 소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신경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아내 역으로 호흡을 맞춘 배수지의 캐스팅 과정도 털어놨다. 하정우는 "제작진과 아내 역할을 두고 여러 여배우를 생각했는데 갑자기 문득 내가 '수지 어떻냐?'고 제안했다. 같은 소속사 황보라 씨와 친해서 건너 이야기와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수지의 일반 성격은 이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털털하고 과감하다. 거리낌이 없다. 넓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보내면서 수지가 '과연 임산부 설정까지 받아들일까?'라며 걱정했다. 그런데 수지가 과감하게 하겠다고 하더라. 겉모습을 보면 나이 차가 느껴지겠지만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면 실제로 나이 차가 안 느껴진다"고 극찬했다.
무엇보다 하정우는 영화 속에서 배수지를 향해 '큐티쁘띠'라는 애칭을 쓴 것에 대해 "'큐티쁘띠'는 처음 시나리오 각색할 때 감독들에게 절대 안 한다고 했는데 결국 하게 됐다. '큐티쁘띠' 외에도 '코코넴넴' 이런 애칭도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수지가 내 볼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기를 하면서도 정말 오글거렸다. 실제로 그 장면이 너무 민망하더라. 민망하면 귀부터 빨개지는 편인데 실제로 귀가 빨개졌다. 그런 장면 찍으면 똑같이 민망하고 오글거리고 미칠 것 같았다. 매번 남자 배우들과 찍어서 여배우와 호흡이 더 어색했다"고 웃었다.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이 가세했고 '나의 독재자' '김씨 표류기'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과 'PMC: 더 벙커' '신과함께' 시리즈 등을 촬영한 촬영감독 출신 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