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조작 사건과 관련, 피고인들이 공판준비기일에 모두 불출석한 가운데,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이모 보조 PD의 변호인 등이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피해자인 연습생들의 2차 피해를 우려,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주재로 업무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CJ ENM 소속 제작진인 안준영 PD,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 불구속 기소된 이모 보조 PD, 기획사 관계자 5명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의 참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모두 불참했다. 이들을 대신해 참석한 변호인들이 사건의 개요를 정리했다.
검찰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이모 보조 PD의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해 정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즌1에서 안준영 PD는 1차 투표를 조작하고 업무방해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61위 안에 있던 두 명을 빼고 다른 두 명을 넣었다. 시즌2에서도 안준영 PD는 1차 투표 조작을 인정하고 업무방해를 한 혐의를 받는다. 60위 밖에 있던 한 명을 안으로 넣었다. 김용범 CP는 워너원을 선발하는 최종 생방송에서 투표를 조작하고 11위 밖에 있던 한 명을 데뷔시켰다.
이어 검찰은 "시즌3에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최종 생방송 20명 중 12명의 순위를 임의로 정한 득표수를 방송에 내보내고 아이즈원으로 데뷔시켰다. 피해자 CJ ENM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라며 "피해자들인 국민프로듀서 46만명 이상으로부터 3600만원 상당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또 엑스원의 데뷔와 관련해서도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검찰은 "제작진은 1차 투표를 조작하고 60위 밖의 한 명을 안으로 넣었고, 3차 투표에서는 20위 밖 두 명을 안으로 넣어 조작했다. 생방송 투표도 조작해 진출한 20명 중 엑스원으로 데뷔시키고 싶은 11명을 임의로 정해 조작된 투표결과를 내보냈다. 100원의 유료문자를 통해 8800만원 상당의 이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조작 과정에서 안준영 PD는 유흥업소 등의 접대를 받은 배임 수재 혐의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이나 편집에 유리하게 해달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정청탁의 대가로 술이나 금품을 얻고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고, 2018년과 2019년 회계년도에 술이나 금품 등을 받았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 관계자들이 제공했던 향응 액수와 300만원 초과의 금품을 제공했던 사실도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 기록이 9000장에 이른다.
이에 대해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이모 보조 PD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금액 일부는 사실과 다르고 경위와 동기도 오해가 있다. 법리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각 소속사 관계자의 법률대리인들도 공소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 내용에는 임장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관련해 해당 회차에 참여했던 연습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이즈원과 엑스원 등 '조작된 멤버가 있다'는 한 줄의 사실만으로도 일부 참가자들이 의혹과 의심을 받고 있는 것. 이에 제작진의 변호인들은 "피고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순위가 바뀌게 된 연습생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것 문에 댓글 등 오해도 L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판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증인도 나오기 꺼려하는 입장일 것 같아 가능하다면 비공개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연습생과 데뷔 멤버들 사이 2차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판부 역시 "검찰과 얘기를 나눠 결정하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2차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오전 10시 20분으로 잡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