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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적응하면 바뀌는 대표이사, 자생력 없는 야구단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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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모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야구단의 한계일까, 아니면 여러 계열사 중 하나일 뿐인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맞는 걸까.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롯데 그룹 2020년 정기임원 인사에 따라 대표이사가 교체된다. 이석환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결정됐고, 기존 김종인 대표이사는 자이언츠를 떠나게 됐다. 취임한지 불과 1년만이다. 여러 요인이 인사에 작용했겠지만, 그룹 결정인만큼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야구단만 놓고 보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김종인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롯데는 롤러코스터같은 1년을 보냈다. 팀 성적이 꼴찌로 추락하면서, 지휘봉을 잡은지 반년만에 양상문 감독이 물러났고 지난 몇시즌간 살림을 꾸려온 이윤원 단장도 함께 그만뒀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김종인 대표이사는 이후 파격적인 성민규 단장 선임과 허문회 감독 선임 그리고 내년 시즌 야심찬 청사진을 주도적으로 그려왔다. 그러나 대표 교체로 모든 것이 '스톱'이다. 물론 단장 이하 구단 내부가 당장 큰 변화에 흔들리진 않겠지만, 개혁을 주도하던 수장이 교체됐다는 사실은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새 대표이사가 기존에 정해진 틀을 유지하려 한다고 해도 흐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비단 롯데만의 일은 아니다. 대기업을 모태로 둔 KBO리그 다수 구단의 한계이기도 하다. 예전보다 자체 수익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자생 야구단인 서울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나머지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또 그 돈으로 구단 살림을 꾸려야 한다. 그리고 야구단 대표이사는 주로 그룹에서 내리는 임원이 맡는다. 계열사 대표를 임명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룹 최고위층의 결정이고, 권한이다. 그러나 대표이사 교체가 자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룹 임원들에게 야구단은 '거쳐가는 과정' 혹은 '퇴임 전 마지막 여정'이 되곤 한다.

문제는 야구단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슈퍼마켓도 주인이 자주 바뀌면 진열장 구도가 달라지고, 들여놓는 물건의 종류가 달라진다. 하물며 야구단 전체를 통솔하는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더 그렇다. 그렇게되면 '장기 플랜'을 세울 수가 없게 된다. 어차피 2~3년 안에 다시 대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방향으로 구단의 모든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일성을 갖기가 힘들고, 구단의 색깔도 흔들리게 된다. 일관성이 사라진다. 아무리 실무진이 그대로라고 해도 리더의 교체는 결코 잔잔하지 않은 파동이다.

KBO리그 모든 구단들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따라하고 싶어하고,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는 이런 근원적인 태생이 다르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구단주의 입김에 따라 오락가락 하지만, 야구단 사장과 단장은 실질적으로 그 업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판단해 고용하는 방식이다. CEO의 개념이 더 크다.

물론 리그 규모나 환경을 고려했을때 KBO리그와 MLB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전체 경제 규모 차이나 벌어들이는 수익 차이도 하늘과 땅이다. 또 모기업의 색깔을 야구단에 입혀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이 살아남는 방식이다.

하지만 리그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구단별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이사가 바뀌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구호 대신, 야구단을 위한 일관성있는 리더십 유지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