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고향 어르신들이 모처럼 여유를 가지는 계절이다. 이른바 '농한기'가 시작된 지금부터는 무릎과 허리, 틀니와 임플란트,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등 평소 신경 쓰지 못한 질병을 본격 치료하고 관리하기 좋은 시기다. 자칫 이 때를 그냥 보내 질환을 방치하면 훗날 더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백내장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잘 알려진 대로 백내장은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받는 수술 중 1위에 올라 있는 대표적 안과 질환이기 때문이다. 의술의 발달로 백내장 수술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간편해지고 수술 예후도 좋다. 하지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더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해 꼭 챙겨야 하는 세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단일공(單一孔)수술이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할 때는 눈에 작은 구멍을 세 개를 뚫어 수술을 진행한다. 안구의 모양을 동그랗게 유지하는 물질을 주입하는 구멍, 그리고 오래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꺼내기 위해 수술 도구가 드나드는 구멍 두 개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 구멍을 통해 뿌옇고 딱딱하게 변한 기존 수정체 대신 새 인공수정체를 넣는 것이 백내장 수술의 과정이다. 하지만 각막을 통과하는 펨토초 레이저와 수정체를 눈 속에서 돌리면서 빼내는 최신 기술(리볼빙 테크닉)을 이용하면 구멍 하나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안구 손상을 줄일수록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염증이나 출혈, 난시로 인한 시력감퇴 등 우려가 적다. 또한 안구 조직에 가하는 힘이 줄어 수술 중 수정체가 안구 뒤 공간으로 빠지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어진다. 이 기술은 백내장수술 뿐만 아니라 최근 관심이 높아진 노안수술에도 적용해 보다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두번째는 난시를 살펴야 한다. 조사에 의하면 백내장 환자 열의 일곱은 난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백내장 수술 전후 간과하기 쉬운 것이 '난시' 여부다. 백내장 수술은 각막을 2.2~2.8㎜ 정도 절개한 뒤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한다. 각막을 절개할 때 각막의 인장력(안구 모양을 유지하는 힘)이 달라져, 각막이 마치 럭비공처럼 찌그러지며 난시가 새로 생기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 난시 축과 절개 위치를 고려해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백내장 수술 이후 수정체 난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생체 수정체 자체에도 굴절력이 있어 각막과 마찬가지로 난시가 있을 수 있다. 백내장 수술 시 생체수정체를 제거하면서 기존에 수정체가 유발했던 난시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삽입한 인공수정체의 축이 기울어지거나 혹은 중심에서 이탈한 경우 위치에 따라 난시가 생길 수 있어 수술 후에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시에 대한 정확한 검사와 해결은 칼리스토아이라는 최신의 난시추적 항법장치가 활용된다.
끝으로 수술에서 평형염액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수술 과정에서 수술 중 안구모양을 유지하고 내피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수정체 전방에 점탄물질(안방수)이라는 것을 넣는다. 하지만 수술 후 이 물질이 눈 속에 남아 있으면 안압이 상승해 녹내장과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넣고 빼는 과정에서 각막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점탄물질 대신 안방수와 가장 흡사한 평형염액(생리식염수)을 사용하면 수술 후 제거하지 않아도 안압이 상승하지 않는다. 보다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백내장은 우리 눈에서 카메라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뿌옇고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다. 마치 김이 서린 창문처럼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진다. 시야가 뿌옇고 사물이 잘 안보이거나 햇빛이나 불빛이 밝을 때보다 어두울 때 더 잘 보이는 증세, 또는 일시적으로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거나 사물이 두개로 겹쳐 보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실명을 막는 지름길이다. 도움말=온누리스마일안과 김부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