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파울로 벤투 감독의 '마이웨이'는 계속된다.
벤투호는 18일 일본을 꺾고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정상을 차지했다. 2015년,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우승, 통산 5회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 최초의 개최국 우승 기록, 무실점 전승 우승 기록도 함께 세우게 됐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 의미있는 우승이었다. 벤투 감독은 대회 직전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북한, 레바논(이상 0대0 무)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의 연이은 졸전에 이어 브라질전 0대3 완패까지. 벤투식 축구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국에서 열리는 2019년 마지막 경기, 게다가 상대는 두, 세수 아래의 홍콩, 2진이 나선 중국, 올림픽대표 중심의 일본이었다.
한국 역시 팀의 중심인 유럽파와 중동파 대신 그간 중용받지 못한 K리거들이 대거 나섰지만, 전력면에서 상대국을 압도했다. 수비라인은 사실상 베스트에 가까웠다. 우승해야 본전, 자칫 우승을 하지 못하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실제 홍콩과의 1차전에서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단 2골을 넣는데 그치며,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벤투식 축구는 밀집수비를 뚫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놓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여론이나 미디어를 내가 컨트롤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그런 견해를 갖고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역할은 팀을 잘 만들고, 조직하는 것이다. 감독으로 부임할 때도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팀과 공유했고,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얻었다. 개선점을 찾아서 공유하고, 바꿔야 할 건 바꾸겠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지만, 내용적으로 개선에 성공한 벤투호는 일본전(1대0 승)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중국-일본전에서 한골씩에 그친 것은 아쉽지만, 선수들의 마무리 능력 부재였지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데로 상대가 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종 일관된 경기력, 그리고 매경기 개선된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의미가 있다.
여기에, 그간 중용하던 선수들에 대한 시선을 바꾼 것도 긍정적이다. 황인범(밴쿠버) 나상호(FC도쿄)는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불리며 매경기 중용됐지만, 팬들의 시선은 달랐다.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고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다시 한번 이들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황인범 나상호는 김민재(베이징 궈안)와 함께 전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선수들을 넘는 '클래스'를 과시했다. 왜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는지 유감없이 보여줬다.
물론 여전히 개선할 점은 많다. 아직도 밀집수비를 만나면 길을 잃는 모습이고, 결정력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흔들리던 벤투호는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벤투식 축구, 마이웨이도 이어질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과정은 긴 여정이다. 축구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어떤 발자취를 남기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분명 확실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확실히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신을 갖고 마무리를 할 것이다. 함께하는 선수들이 이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기에 이 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스타일, 경기방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