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지금은 예능 파괴의 시대다. 전통적인 형식의 예능으로는 설 자리를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시절이 왔다. 대신 기존 형식과 분야, 틀을 깬 예능이 각광받고 있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그동안 방송에서'쉬쉬'해오던, 말하자면 금기시돼 오던 '이혼'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은혜 박영선 김경란 박연수 호란 등 이혼을 겪은 여성들이 등장해 자신의 생각과 소회를 전하고 우리 사회가 이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케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파격적으로 '돌싱녀'의 소개팅이라는 과감한 콘셉트까지 포함시키며 방송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채널A '아이콘택트'는 9일 성인배우 이채담과 백세리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성인배우가 지상파나 종편 채널에 출연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특별했다. 특히 이채담은 자신의 직업에 당당한 모습까지 보여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분야는 파괴된 지 오래다. MBC '편애중계'는 스포츠 중계를 예능과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고, '마이리틀텔리비전'은 1인 인터넷방송을 예능에 가져왔다. '같이 펀딩'은 기부를 소재로 예능을 꾸미고 있고. '구해줘홈즈'는 패널들이 공인중개사 몫을 하고 있다. 낚시를 소재로한 채널A '도시어부'는 아직도 인기가 많고, SBS '골목식당'은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일조중이다. MBN '보이스퀸'은 주부들을 대상으로한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농구 레전드' 허재는 16일 JTBC '아침&'에 일일 기상캐스터로 출연했다. JTBC '막나가쇼'에서 만든 체험이었다. '뭉쳐야 찬다'는 출연진이 대부분 스포츠인이다. 이들이 함께 모여 축구를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다보니 스포츠인이 예능에서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인해 셰프들이 예능을 장악하더니 최근에는 안정환 서장훈 허재 이만기 등 스포츠스타 출신들이 예능 대세로 떠오른 상태다.
형식도 제약이 없어졌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고 있는 SBS '런닝맨'은 서로 쫓고 쫓긴다는 콘셉트 하나만 가지고 꾸준히 여러가지 게임을 즐기고 있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카메라를 들고 뭐든 하는 콘셉트에서 정해진 형식없이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다. 뜻밖에 트로트가수 유산슬이 탄생한 것도 형식이 없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일이었다.
tvN '유퀴즈온더블록' 역시 동네를 찾아가 무작위로 사람들을 만나는 형식이다. 때문에 뜻밖의 '대어'를 만나기도 한다. 상암동을 돌아다니던 '유퀴즈' 팀은 비를 피하기 위해 CJENM본사에 들어갔다가 나영석 PD를 만나 인터뷰까지 성공했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이나 '미운 우리새끼', MBC '나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관찰 카메라라는 형식 안에서 여러가지 변주를 꾀하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전통적인 형식의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쇼도 남아 있지만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식의 예능을 들고나와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대가 왔다"며 "때문에 기존 방송사간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도 아이템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제작진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귀띔했다.
형식이나 콘셉트에 구애 받지 않는 유튜브 등 1인 방송까지 득세하면서 방송 예능은 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