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지난 10일, 대한민국과 중국의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대결이 펼쳐진 부산구덕운동장. 킥오프 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기 운영 스태프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막을 내린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8강 신화의 주인공 홍성욱(17)이었다. 홍성욱은 "봉사 활동을 하러 경기장에 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연은 이렇다. 동아시안컵을 지원하는 부산시축구협회는 부산에 있는 몇몇 고등학교에 볼 보이, 들것 보이 등 경기 운영 협조를 요청했다. 개별 학교가 로테이션을 도는 데, 홍성욱이 재학 중인 부산 부경고는 대회 첫 번째 날 힘을 보탠 것이다.
이날 '들것 보이'로 경기장을 찾은 홍성욱은 눈앞에서 A매치를 보는 것이 신기한 듯했다. 그는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여자 A대표팀 선수들을 본 적이 있어요. (멀리서 본 것이라) 직접적으로 아는 선수는 없어요. 하지만 경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게 돼 정말 신기했어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정말 잘해서 더 멋있었고요. 남자부 일본과 중국의 경기는 전쟁 같았어요. 경고도 많이 받을 만큼 거칠기도 했고, 경기도 엄청 치열해서 재미있었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홍성욱은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로 꼽힌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꾸준히 U-17 대표팀에 합류했다.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 무대에서도 8강까지 5경기 모두 소화했다.
그는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발목을 다쳤어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재활하면서 지냈어요. U-17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어요.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도 알게 됐고요.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죠. 저도 빨리 성장해서 프로도 가고, A대표팀에도 가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한편, 현장을 찾은 김정수 U-17 대표팀 감독은 "(홍)성욱이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