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포기한다고 할 때 후련했습니다."
한국 청각장애인 여자 컬링대표팀이 14일 이탈리아 마데시모의 치르콜로 아치아토리 마데시모에서 열린 2019 발테리나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헝가리와의 예선 2차전에서 8대4로 승리했다. 마지막 한 엔드를 남긴 9엔드, 헝가리 대표팀이 기권하며 한국 대표팀은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 1점씩 나란히 주고받으며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6엔드에 헝가리에 2점을 허용하며 3-4로 역전당했지만 7엔드에 2점을 추가하며 바로 5-4로 재역전, 8엔드에 2점을 더해 7-4로 점수를 벌렸다. 한국은 정교한 샷으로 상대 스톤 사이를 지나 하우스에 스톤을 넣으며 헝가리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전날 치른 중국과 붙은 예선 1차전도 9-7, 극적인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날 기권승으로 2연승을 달렸다. 중국전은 9엔드까지 7-7 대접전이었으나 10엔드에 마지막으로 드로우한 김지수(22)가 중국 스톤을 쳐내고 하우스에 들여보내는 테이크아웃샷에 성공하며 2점을 획득해 이번 대회 첫승을 거뒀다.
경기 후 만난 대표팀은 연승의 기쁨에 미소가 가득했다. 주장 이수정(19)은 "어제 중국에 이어 헝가리도 치열하게 싸우다 역전승을 거둬 울컥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회 전부터 걱정했던 컬링 강국 중국을 잡아 이날 경기도 더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었다. 이수정은 "연습 땐 실수도 하고 집중력에도 기복이 있었는데 막상 대회가 시작되니 집중력도 강해지고 사람들도 우리에게 프로답게 발전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권예지(22)는 "양재봉 감독님이 '긴장을 좋은 흥분으로 바꿔라' '진다고 생각하지 마' 등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관중도 우리가 하우스를 옮길 때마다 자리를 옮기며 응원해줘서 기운이 더 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부분이 20대 초반인 여자대표팀은 데플림픽 출전이 처음이지만 '찰떡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훈련 때는 보청기를 끼지만 경기에서는 보청기를 낄 수 없다. 하지만 컬링경기장에서 실전에 들어가서도 팀원 오혜빈(19)의 이름을 부르던 "혜빈! 혜빈!" 습관이 몸에 배 경기 때도 들리지 않는 이름을 부른다.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이름을 못 듣지만, 선수들은 "텔레파시가 통해 안 들려도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쳐다보고 스위핑을 시작한다"며 웃었다.
캐나다와의 예선 3차전도 이같은 찰떡 호흡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김지수는 섬세한 드로우의 비결로 "샷한 사람은 30%만 차지한다"며 "스킵의 작전과 스위퍼의 속도조절을 믿고 던져서 좋은 샷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후보선수 최제윤(28)마저 "출전만 한다면 얼굴 빨개지게 죽을 각오로 스위핑하겠다"며 팔을 흔들어 보였다. 총 7팀이 출전한 여자 컬링은 캐나다전까지 승리하면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다.
남자 컬링대표팀은 이날 미국과 일본을 만나 1승1패를 거뒀다. 한국 포함 총 12개 팀이 출전해 여자 대표팀보다 경기수가 많은 남자 대표팀은 현재 2승4패를 기록 중이다. 이화민(32)은 "승패를 떠나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민재(31) 또한 "처음 계획보다 승수가 적지만 이길 기회를 무조건 잡겠다"는 강한 결의를 전했다. [발테리나데플림픽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