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의 기쁨에 이어, 하나원큐 2019~2020 시즌에서도 순항하고 있던 청주 KB스타즈는 암초를 만났다. 팀의 기둥이자,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 박지수가 부상으로 팀을 이탈하고 만 것. 박지수는 지난 8일 열린 부산 BNK전 이후 멀쩡하게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났는데,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4주를 쉬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박지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올시즌 평균 14.4득점 12.7리바운드를 기록중이었다. 어시스트도 평균 4개. 본인의 득점에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 파생되는 득점까지 감안하면 경기당 20~25득점이 더해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기록에서 찾을 수 없는 심리적 효과까지 있다. 상대 선수들은 박지수가 골밑에 서 있으면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여기에 KB스타즈라는 팀을 상대하기 전부터 '이기기 쉽지 않겠구나'라는 공포심을 갖기도 한다.
때문에 박지수의 부상 이탈로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는 KB스타즈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KB스타즈는 박지수 없이 2연승을 달렸다. 용인 삼성생명과 부천 KEB하나은행을 완파했다.
하지만 KB스타즈가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가 빠진 상황이었고, KEB하나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있었지만 다른 국내 선수들의 높이 우위가 특별히 업었다. 카일라 쏜튼이 마이샤를 압도해버리니 박지수가 있고, 없고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만날 상대들은 다르다. KB스타즈는 BNK와 아산 우리은행을 차례로 만난다. BNK는 최하위지만 골밑 전력이 좋은 팀이다. 최고의 외국인 센터인 다미리스 단타스가 버티고 있고, 파워포워드 진 안의 위력도 좋다. 쏜튼 한 명으로 이 두 사람을 다 막기는 역부족. 만약 골밑 수비에서 구멍이 생기면 제 아무리 KB스타즈라도 안심하기 힘들다. 직전 맞대결에서 박지수가 있었음에도 양팀이 전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했다.
우리은행은 더 무섭다.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두 팀인데, 앞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 박지수가 있었음에도 우리은행이 모두 이겼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박지수가 없으면 훨씬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전력이 비슷한 팀끼리의 대결에서 박지수 공백은 더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KEB하나은행전을 보면, 김소담이 공백을 잘 메워줬고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진 팀 플레이가 나왔다. 박지수에게 공을 넣어주고 지켜만보던 선수들이 오히려 유기적으로 움직이자 찬스가 훨씬 많이 생긴 것.
그리고 상대가 방심할 수 있는 변수도 있다. 더 쉽게 상대할 수 있다고 마음을 놓았다가 오히려 스스로 말리는 경기를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박지수가 없으니 꼭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