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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좋고, 골은 안 터지는' 벤투 축구를 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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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개선점은 찾겠지만, 큰 틀은 안 바꾼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몇 번이나 강조했다. "바꿀 수 있는 건 바꾸는데, 틀은 안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축구)철학은 이미 팀 내부적으로 공유돼 있고, 내가 부임 당시 대한축구협회 내부에도 브리핑해 공감대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치른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 승리(1대0)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이 발언들의 핵심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 매우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을 한국 대표팀에 이식하기 위해서 일관된 계획과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지엽적인 문제들은 수정하면 그만이다. 다만 처음에 계획했던 스타일은 그대로 간다. 벤투 감독은 이런 소신이 한국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속이 떨어지는 패싱 게임

하지만 이런 벤투 감독의 소신과는 별개로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말대로 현재 한국 축구 A대표팀은 확실히 전에 비해 공을 많이 잡는다. 패스도 많다. 점유율이 좋을 수 밖에 없다. 15일 중국전에서는 한때 점유율 차이가 20대80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한국이 80이다.

그러나 정작 골은 많이 안 터졌다.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베이징 궈안)의 헤더 골이 이날의 유일한 골이었다. 이 골 이후 여러 차례 좋은 득점 찬스를 만들었지만, 자꾸만 골문과 멀어졌다.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건 바로 이런 측면 때문이다.

현재 벤투 감독에 관해 비판하는 이유는 딱 하나. 골이 안 터진다는 점이다. 지난 홍콩전이나 이번 중국전 때 모두 필드골이 아닌 세트피스에서 골이 터졌다. 빌드업 축구의 완성은 결국 필드골로 이어져야 하는 데, 필드골이 안 나오니 나오는 비판이다. 정작 핵심적인 골은 안 터지면서, 늘 점유율만 강조하는 게 마치 허울만 좋고, 실속은 없는 허세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계속 향상되어 가는 벤투호의 전력

벤투 감독은 이미 이러한 비판 여론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중국전 이후 "여론이나 미디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개의치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벤투 감독은 "지금까지의 결과물도 썩 나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일리가 있는 부분이다. 최소한 중국전을 봐도 그렇다. 지난 홍콩전에 비해 1골이 줄었지만, 경기 내용은 오히려 향상됐다. 중국을 포백 라인부터 촘촘히 압박해 거의 질식시켰다. 중앙과 앞선에서는 부지런히 패스를 주고 받으며 사실상 90분 내내 흐름을 주도했다. 그래서 일본전을 앞두고 더욱 향상된 경기력에 관해 기대와 희망을 품는 여론도 생겼다.

어차피 벤투 감독의 철학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영리하게 야금야금 주도권을 잡아간 뒤에 여러 찬스에서 한 두 번만 성공해도 승리에 가까워지는 축구를 선호한다면 벤투 감독의 방향성에 대해 지지를 보낼 것이다. 반면, 화끈한 공격으로 여러 개의 골이 터지는 짜릿한 모습을 기대한다면 벤투호의 현재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벤투호의 지금 모습은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현재의 모습을 놓고 판단하는 게 다소 성급할 수도 있다. 벤투 감독은 계속 강조했다. "공격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 부분은 개선점을 찾겠다. 하지만 큰 틀은 바꾸지 않겠다."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지켜보는 게 나을 듯 하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