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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2019년은 나의 해, '문학치프' 코리아컵에 이어 그랑프리도 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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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치프'(수말·4세)가 기어이 일을 냈다. 지난 8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제9경주로 펼쳐진 제38회 MBC스포츠플러스 그랑프리(GⅠ)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2019년 34개 대상경주의 대미를 장식한 것. 9월 8일 국제대회 코리아컵(1800m)에서 각국의 말들을 제치며 우승을 차지한 지 정확히 3개월만이다. 이로써 '문학치프'는 당해 연도 최고의 말에게 주어지는 연도대표마의 영예에도 크게 한 발 다가섰다.

그랑프리는 핸디캡 특별경주로 1982년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현존하는 대상경주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서울과 부산·경남(이하 부경) 경주마 중 그 해 맹활약 한 3세 이상 경주마들이 국내 최장거리 2300m에서 경쟁하며 출전자격도 까다롭다. 1월부터 11월까지 주요경주에서 높은 승점을 거둔 말에게 우선적으로 출전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서울과 부경에서 각 5두씩, 총 10두가 출사표를 던졌다. 경주마들 앞에 놓인 총 상금은 8억원.

서울과 부경의 자존심 싸움도 경마팬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었다. 그동안 그랑프리는 서울보다는 부산과 인연이 깊었다. 서울과 부경이 함께 출전한 2009년 이후 10년간 부경 경주마가 7승을 챙겼다. 2017년 '파워블레이드', 2018년 '트리플나인'을 비롯해 최근 부경 경주마들이 연승행진 중이라 서울이 부경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

'문학치프'는 그동안 문세영 기수와 호흡을 맞춰왔으나 지난 11월 2일 문 기수의 낙마사고로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부상당한 문기수 대신 안토니오 기수가 출전했다는 인식 때문인지 이날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경주마는 '문학치프' 가 아닌 '3위를 기록한 '청담도끼'였다. 하지만 전년도 85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한 안토니오 기수는 '문학치프'의 주행능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7번 게이트에서 경주를 시작한 '문학치프'는 초중반 4~5위권에 자리하며 전세를 역전할 기회를 노렸다. 1200m를 남겨놓은 중간지점부터 승부사 본능을 드러내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왔다. 추격을 허용한 '청담도끼' 역시 저력을 발휘하며 약 700m가량 '문학치프'와 선두 자리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경합을 다퉜다. 마지막 직선주로로 진입하며 '문학치프'는 거센 추입으로 선두 자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막판 역전을 위해 힘을 비축해둔 '샴로커'와 부경의 자존심 '투데이'의 위협적인 추격이 펼쳐졌으나 '문학치프'의 영광을 가로챌 수는 없었다. '문학치프'는 이날 2위를 차지한 '샴로커'와는 1½마신차(3.6m), 경주기록 2분27초6으로 지난해 문세영 기수의 동 경주 기록을 1초가량 단축시키는 기록을 달성했다.

대망의 그랑프리까지 손에 쥐며 올해 무려 다섯 번의 대상경주를 우승으로 이끈 안토니오 기수는 경주 직후 응원해준 가족들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워낙 훌륭하게 조교된 말이었으며 문세영 기수의 조언을 통해 말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