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10.26 사태' 이전의 40일, 그 긴박했던 시간을 이병헌과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그려낸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 쇼박스 제작)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 우민호 감독이 참석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이병헌이 연기하며, 18년간 독재정치를 펼친 인물 '박통' 역으로는 이성민이 열연한다. 뿐만 아니라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에 곽도원이, 박통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경호실장 곽상천으로는 이희준이 출연해 힘을 더한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공간들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냈다. 총 65회차 촬영 중 국내에서 51회를 진행했고, 미국 워싱턴에서 4회차, 프랑스 파리에서 10회차를 촬영하며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을 거쳤다.
'남산의 부장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실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장르적으로 아주 세련된 누아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매력적인 시나리오는 최소 20년 전에 구상이 됐다. 원작을 읽었다는 우민호 감독은 "20년 전에 책을 단박에 읽었던 경험이 있다. 제가 몰랐던 한국 근현대사의 18년이라는 시간이 흥미롭게 펼쳐졌는데 언젠가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원작의 내용은 영화로 담기에는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그중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40일의 순간을 담아보기로 했다. 10.26이라는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가 저에게는 가장 흥미가 있었다"고 제작 이유를 밝히며 원작의 톤을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에는 이병헌을 필두로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이 등장해 '역대급 배우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들을 캐스티한 우민호 감독은 "운이 좋게도, 제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하면 좋겠다' 싶었던 배우들이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다"며 "이병헌 선배는 말이 필요없는 배우고 '내부자들' 이후 두 번째로 만났다. 첫 번째보다는 편해졌다. 저는 '내부자들'보다는 더 치열하게 작품했다. 현장에서 얘기도 많이 나눴다. '내부자들'의 앙상블처럼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고 계속해서 수렴하고 절제하고 안으로 들어오니, 편하게 해주셨다. '내부자들'에서 너무 많은 헤어스타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생각했는데, 처음과 완전히 다른 배우로 보여졌다. 저는 사실 이병헌 선배가 하지 않으면, 작품을 접으려 했다. '이병헌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었는데 너무 다행히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곽도원 배우의 팬이었는데, 연기에서도 감동을 받았지만 책에서 손을 놓지 않는 성실함에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 이희준 씨는 배우가 25kg을 찌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본인이 선뜻 이 역할을 위해 하겠다고 해주니 너무 좋았다. 그렇기 문에 보통 사람도 한 25kg이 찌면 발성과 걸음걸이가 자연스럽게 달라질 거다. 그래서 아마 이희준 씨 같은 경우에는 전에 이희준이란 배우가 보여줬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들과 호흡을 처음 맞춰봤던 이병헌도 "이성민 씨, 곽도원 씨, 김소진 씨 등. 생각을 해보니까 다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배우들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어떻게 이런 배우들이 있을 수 있을까'. 막상 앞에서 호흡을 같이 맞추니까 섬뜩할 정도였다. 긴장감도 맴돌지만, 묘한 흥분이 있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분들과 함께하면 그런 흥분이 있는 것 같다. 아주 묘한 경험을 하고 나니까 더 많이 기대가 되더라"고 말하며 배우들과의 호흡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이병헌은 곽도원에 대해 "연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가 어떻게 준비했다는 것이 예상되고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그런데 곽도원 씨는 빠른 속도로 서브가 들어올지, 깎아서 칠지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을 보여주더라. 자신을 상황 속에 던져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도원 씨와 연기를 처음 해보지만,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곽도원은 "가장 놀랐던 건 많은 감정을 쏟아내는데 잘 깎인 다이아몬드처럼 잘 정제돼 나타난다는 거였다. 이병헌이 전혀 보이지 않고 그 시대의 인물을 만난 것 같아서 생소하고 신기하면서 감탄을 하기도 했다. 많이 배웠다"고 극찬했다.
여기에 연기를 위해 25kg을 증량한 이희준도 있다. 그는 "원래 실화 속 인물이 덩치가 있어서, 감독님은 '희준 씨 연기대로 하면 된다'고 했지만 제가 볼 때 찌우면 좋겠더라. 그런데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니 '희준 씨는 연기로만 해도 되지만 찌우면 좋지'라고 해서 찌웠다. 식단은 자는 시간 외에는 계속 먹었다"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에 대한 배우들의 부담감도 컸을 것. 이병헌은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의도가 왜곡이 되거나 실제 있던 일이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서 많이 경계하는 촬영이었다. 우리가 이 영화는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알고 있지, 그 당시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 감정들이나 관계들에 대해서 우리가 조금 더 깊이 보여주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많은 자료들이나 증언들, 인터뷰들, 이런 것들을 배우들도 공부하고 찾아보면서 그런 식으로 우리가 연기를 준비했어야 하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에 가까운 연기를 해야 했다. 대본 외의 감정을 불러오는 것은 자칫 실제를 왜곡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온전히 시나리오의 상황에 충실해서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아마 관객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실제 있던 사건을 가지고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영화는 감정이입이 훨씬 더 깊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강렬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혀 기대를 더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내년 1월 개봉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