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반항 한 번 한 적 없는 어중간한 학창 시절, 부모님 말씀 하나는 잘 들었죠."
휴먼 코미디 영화 '시동'(최정열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택일(박정민)의 절친이자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31). 그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시동'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시동'은 2014년 연재를 시작해 평점 9.8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그저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고픈 주인공 택일이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맞이하며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기를 다룬 '시동'은 원대한 꿈은 없어도 직접 세상과 부딪히며 일상을 살아가는 택일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청춘들에게 큰 공감을 안긴다.
또한 충무로 '대세' 배우들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시동'은 기대에 보답하듯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케미스트리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정해인은 공부든 반항이든 잘하는 것 없이 빨리 사회로 나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어설픈 반항아로 반전 변신에 나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부드럽고 로맨틱한 '국민 연하남'의 이미지를 180도 바꾼 정해인은 돈을 벌기 위해 험한 일도마다 않는 거친 모습부터 순수한 청년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표현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이날 정해인은 반항아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두 번째 변신이다. 사실 그동안 멜로 작품을 몇 작품 했는데 멜로 이미지가 굳혀진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탈피하려고 하는 것도 없다. 연기 생활을 길게 보고 있다. 굳이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없다. '시동'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며 "사실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기까지 잠깐 고민이 된다. 그동안 선택받기 위해 아등바등 지내왔는데 내가 선택한다는 입장이 된 게 얼마 안 돼 낯설다. 연기를 오래 해왔던 것도 아니고 그냥 무던하게 작품을 받아들이고 있다. 변화된 삶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도 크게 좋아하지 않고 슬퍼하는 것도 마냥 슬퍼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너무 치우쳐지면 일을 오래 하기 힘들 것 같다. 무던하게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상필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영화 속에서 상필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욕을 하는 것도 일부러 어설프게 하려고 했다.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것 같은 치기 어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욕도 능수능란한 것보다 어설픈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흡연 연기는 좀 힘들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찍던 날 MBC '봄밤' 촬영을 밤새하고 바로 '시동' 촬영을 넘어왔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었는데, 잠을 거의 못 자고 온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니까 어지럽더라. 순간 핑 돌기도 했다. 실제로 비흡연자인데 그런 지점이 힘들긴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한 "상필을 연기하는데 10대 친구들을 많이 생각했다. 보통 10대 때는 소속감 같은 게 있지 않나? 유행에 민감한 나이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촬영장에 있다 보니 박정민 형의 말투를 조금씩 따라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됐다"며 "욕을 잘하는 편이긴 하지만 상필은 욕을 어색하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설프게 했다. 어설픈 욕설 연기를 하는 게 재미있더라. 이미지라는 게 작품에 따라 부가적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연기를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주를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상필이가 영화 속에서 만 18세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내가 만 18세 때는 어중간한 학생이었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었고 친구들 좋아하고 따라 하고 노는 것도 확실하게 논 것도, 공부도 확실하게 한 것도 아니다. 대신 부모님 말씀 하나는 정말 잘 들었다. 평범이라는 기준이 애매하지만 어중간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사춘기 때도 부모님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일부러 엇나가게 행동하려는 것도 없었던 것 같다. 유일한 반항을 떠올리는 것도 힘들다. 물론 아버지가 내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은 있다. 부모님께서는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니까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졸업사진을 보면 빨간 안경을 쓰고 있다. 그 당시 색깔이 들어간 테가 유행했는데 그래서 빨간 테의 안경을 썼다. 생각할수록 후회된다. 친구들도 나를 보면 엄청 신기해한다. 초중고 친구들이 있는데 어제도 시사회에 와서 응원해줬다. 아직도 배우 직업을 갖고 있는 내 모습을 낯설어한다. 친구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시동'을 촬영하면서 유년 시절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어렸을 때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치매가 오셔 나를 못 알아보시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친할머니 생각에 과잉 감정이 들어왔다. 친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는 게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에 공감을 많이 했던 정해인. 마동석과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도 털어놨다. 정해인은 "사실 상필 캐릭터는 거석이형(마동석)과 만나는 신이 많이 없다. 마지막 촬영에서야 마동석 선배를 처음 봤다. 스크린에서 보던 선배였는데 연기로 만나니까 신기했다"며 "영화를 보고 단발머리 마동석 선배를 처음 봤는데 충격적이었다. 선배가 보여주는 외형적인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처음에는 마동석 선배와 단발머리가 어울릴까 싶었는데 막상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 단발 리를 한 동석 선배와 촬영하는 장면에서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도 됐다. 처음 만나는데 내가 웃어버리면 괜히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또 동석 선배에게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중에 동석 선배가 농담을 하시고 주변 분들도 같이 웃으니까 나도 마음을 놓고 따라 웃었다. 먼저 웃어 버리기엔 누가 될 수 있으니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KBS2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에 대한 소회도 빠지지 않았다. 정해인은 "예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연기는 컷 한 뒤 긴장을 풀 수 있는데 예능은 그게 아니지 않나? 카메라가 계속 따라니고 계속 의식되니까 어렵더라. 혼자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많이 힘들었다"며 "'걸어보고서'에서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잠깐 했는데 화제가 많이 됐다. 나중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 생겨서 죄송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시더라"고 웃었다.
정해인은 "또 여행 예능을 가라고 하면 생각해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은 나라는 뉴질랜드랑 스위스, 캐나다 가보고 싶다. 자연이 좋은 곳에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와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가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등이 가세했고 '글로리데이'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