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일단 급한 불은 껐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축구대표팀은 10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2대1 승리를 챙겼다. 스즈키 무사시의 선제골과 미우라 겐타의 결승골을 앞세워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중국전 무패가 21년으로 늘어났다.
킥오프 전, 일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최근 급추락한 성적과 인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 홈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에서 1대4로 완패했다. 지난 6월 칠레와의 코파아메리카 대결(0대4 패)에 이어 또 한 번 4실점 경기. 일본 기자들은 "모리야스 감독이 베네수엘라전 패배 뒤 인기가 급추락했다"고 전했다.
일본 입장에서 동아시안컵 결과는 무척 중요했다. 분위기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반대로 더욱 부정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 물음표가 앞섰다. 이번 대회는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가 아닌 만큼 유럽파 소집이 어려웠다. 결국 일본은 J리거로 라인업을 꾸렸다. 최종 22명 가운데 10명이 최초 발탁됐다. 모리야스 감독이 겸임하고 있는 올림픽 대표 선수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뚜껑이 열렸다. 사실상 2군으로 나선 일본.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도 3명 있었다. 게다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무려 6개월 만에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야말로 실험이자 모험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한 수 아래 중국을 제압하며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경기 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훈련 시간이 부족했기에 선수들이 실수하기도 했다. 그동안 포백을 중심으로 썼는데, 스리백을 활용해 옵션을 마련하게 됐다. 터프한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팀으로 잘 싸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무척이나 거칠었다. 중국의 '소림축구'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전반 30분에는 장지펑이 하시오카 다이키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경기 뒤 장자펑은 "의도적으로 상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트랩 수비를 하러 간 것이다. 플레이를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거칠었다.
일본 언론은 단단히 뿔이 났다.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채널은 경기 직후 '중국의 위험한 플레이가 왜 경고를 끝났는가. 심판은 그 장면에서 한눈이라도 판 것인가. 아니면 레드카드를 잃어버렸나. 심판은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를 지키는 일도 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언론 사커다이제스트도 '중국전은 터프한 게임이었다. 기자석까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육탄전 양상이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장지펑의 플레이를 '쿵푸킥'으로 명명하며 비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