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올 시즌 K리그의 기록적인 '흥행 돌풍'의 원동력은 시즌 최종일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흥미로운 순위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관중을 경기장으로 꾸준하게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은 팀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되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0일 '2019년 하나원큐 K리그'의 흥행 지표 및 흥행 요인을 분석해 발표했다. 일단 올 시즌 K리그1, 2는 그 어느 때보다도 축구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는 게 관중수에서 드러난다. 올 시즌 누적관중은 K리그1 182만7061명, K리그2 53만6217명으로 총 237만6924명을 기록했다.
▶숫자로 확인되는 K리그1, 2 흥행 돌풍, 총 누적관중 230만명 돌파
K리그 1, 2에서 총 누적관중이 23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승강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승강제 시행 이전에도 230만명을 넘은 것은 2012년도(238만2070)가 유일했다. 결국 7년 만에 다시금 K리그 1, 2가 총 누적관중 230만명을 넘어서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평가할 만 하다.
흥미로운 점은 K리그1과 K리그2에서 모두 흥행 대박 현상이 포착됐다는 것. K리그1에서 총 관중이 180만명을 넘은 건 2014년 이후 5년만이고, K리그2에서 총 관중이 50만명을 넘은 건 2013년 K리그2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결과는 프로축구연맹의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K리그는 매년 초 각 구단들이 제출한 올 시즌 평균관중 목표치를 취합해 총 관중 목표치를 설정한다. 그런데 원래 2019시즌의 목표치는 약 220만명이었다. 이 목표보다 약 17만6000여명의 초과 목표치를 달성해낸 것이다.
자연스럽게 경기당 평균관중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K리그1(228경기)의 평균관중은 8013명으로 2013년 승강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8000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대비 47.2%가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다 K리그1 경기당 평균관중은 2014시즌에 기록한 7931명이었다.
K리그2의 인기 증가 추세는 더욱 가팔랐다. 올해 K리그2(182경기) 경기장에는 평균 2946명의 팬들이 들어왔는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72.6%나 늘어난 수치다. 역대 K리그2의 경기당 최다 평균관중은 2017년에 기록한 2344명이었다.
K리그1, 2의 총 22개 구단 가운데 올 시즌 K리그2로 강등된 전남을 제외한 21개 구단의 관중수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났다. 특히 K리그1에서는 평균관중 8000명 이상을 기록한 팀이 지난해 2개에서 올해 무려 7개로 늘어났다. K리그2 역시 평균 2000명 관중을 돌파한 팀이 지난해 단 2개에서 올해 9개로 크게 늘었다. 이를 보면 올해 K리그의 인기가 특정 구단에 의해서가 아닌 전 구단이 합작해 낸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와 관련해 "올 시즌 관중 증대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모든 수치가 유료티켓을 구입하여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만 집계한 숫자라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K리그는 과거에 횡행했던 관중수 부풀리기나 무료 입장권 남발 등의 관행을 지양하고, 관중 확보와 구단의 재정건전성 강화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유료관중집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완전히 'K리그 공식관중=유료관중'이라는 도식이 굳건히 자리잡았다.
▶방심을 못하게 만들었던 순위 경쟁쇼
무엇보다 올 시즌 K리그1, 2의 흥행 대박 열풍의 원인은 시즌 최종전까지도 향방을 알 수 없었던 순위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낸 전북 현대와 아쉽게 2위로 시즌을 마감한 울산 현대는 1라운드부터 최종 38라운드까지 라운드 기준으로 총 6차례나 1위 자리를 바꿔가며 역대 최고로 치열했던 우승 다툼을 벌였다.
2013시즌에 승강제 도입 이후 지난 시즌까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팀이 결정된 경우는 두 차례(2013시즌, 2016시즌)가 있었는데, 이 때는 모두 1, 2위팀이 맞대결을 벌이는 경우였다. 하지만, 올해는 전북과 강원, 울산과 포항이 두 구장에서 각기 경기를 펼치면서 '경우의 수'가 꽤 복잡하게 나뉘었다. 그로 인해 프로축구연맹도 우승 트로피와 시상식 준비를 울산과 전주, 두 곳에서 같이 진행하기도 했다.
전북과 울산의 우승 경쟁 뿐만이 아니었다.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며 서울과 대구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놓고 박빙 대결을 펼쳤다. 서울은 1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꾸준히 3위 이상의 순위를 유지했지만, 34라운드부터 시작된 파이널 라운드에서 대구에게 추격을 당했다. 결국 마지막 38라운드를 앞두고 서울과 대구의 승점차는 겨우 1점이었다. 최종 라운드에서 두 팀이 맞대결, 무승부를 기록하며 결국 서울이 ACL 진출권을 따냈지만, 두 팀은 올 시즌 새로운 라이벌구도를 형성하며 K리그1 흥행 돌풍에 이바지했다.
'미궁 속 순위 다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위권 팀의 대결에서도 흥미로운 긴장 구도가 유지됐다. 인천과 경남, 제주는 10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10~12위에서 혼전을 거듭하며 '강등권 경쟁'을 펼쳤다. 여기서 제주가 37라운드에 먼저 탈락했지만, 인천과 경남은 최종 38라운드 맞대결을 통해 희비가 엇갈렸다. 결국 올 시즌은 스플릿 시스템의 묘미가 가장 잘 드러난 시즌이었다. 이같은 K리그1, 2의 흥행 돌풍에 대해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순위경쟁 덕분에 팬들의 흥미도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게 올해 흥행 돌풍의 제1 요인이다. 여기에 연령별 대표팀의 선전 열풍이 K리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또한 각 구단들의 마케팅 노력도 관중을 끌어모으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면서 "내년 시즌에도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 팀이 ACL에 진출했고, 부산과 광주 등 지역팀의 K리그1 승격 등 흥행 요인이 많다. 선수들이 올해처럼 좋은 경기력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펼친다면 더 많은 관중들이 K리그를 보러오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