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북한이 동창리에서 로켓 실험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한반도는 다시 극도의 긴장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유명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샘 해밍턴 등 외국인 5명의 5박 6일 북한방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 관광지를 다니며 주민들과 접촉했다. 백화점에서는 옷을 맞춰 입었고, 이발소에서 북한 스타일로 머리를 다듬기도 했다.
이들의 방북 모습은 자체 촬영한 동영상에 담겨 S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으로 방영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들의 북한 여행 모습은 영상에 담겨 유튜브 등에 단편적으로 소개되기는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년간 살아왔고, 그래서 모두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5명이 단체로 북한을 방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유창한 한국말로 대동강변에서 낚시하는 주민들과 대화하고, 평양시민과 배드민턴을 같이 치기도 했다. 판문점을 둘러보며 한걸음 떨어져서 느끼는 분단의 아픔을 토로하기도 했다.
북한 관광지를 누비는 이들의 활동을 고스란히 담아낸 화면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특히 방문지 곳곳에서 샘과 친구들이 친근한 몸짓과 익살로 북 주민들을 웃기는 모습은 얼어붙는 한반도 정세를 잠시나마 잊게 했다.
지난 6일 방영된 1부 '웰컴 투 평양'은 가구시청률 6.5%(닐슨코리아·수도권 기준)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최근 남. 북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 금강산을 다룬 2부 '멀어도 멀어도 금강산'과 3부 '안녕히 다시 만나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방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들을 초청해 북한의 관광지, 특히 금강산을 한국은 물론 세계에 홍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긴장 국면 속에 대화와 관광 재개를 노리는 북한의 노림수가 있다는 평가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SBS 남북교류협력단 김종일 PD는 "관광 코스와 일정은 '태권도로드투어'라는 여행사와 협의했고, 여행사 측이 북한의 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태권도로드투어 정순천 대표는 "여행사에서 제시한 일정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 없는 단순한 관광"이라고 강조했다.
윔비어사건 이후 입북금지 행정명령 때문에 미국인은 북한 관광이 어렵다. 한국인은 북한의 초청을 받고 통일부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김종일 PD는 "지난해도 비슷한 기획을 했지만 당시는 한국여행사가 주도하면서 실패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행사가 외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주선하려 했지만 무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여행사를 통하면 외국인들은 북한 여행이 가능하다. 유럽이나 중국에는 이렇게 외국인들의 북한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많고, 샘 해밍턴 등이 관광지를 방문할 때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다. 외국여행사를 통한 외국인들의 관광상품이었기에 샘의 북한 방문이 수월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 2부와 3부는 13일 연속 방송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