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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안경선배 김은정 "출산=은퇴? 엄마선수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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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아직 엄마선수가 많지 않다."

새 도전에 나서는 '안경선배' 김은정(29)이 목소리에 힘을 줬다.

지난 2018년 2월. 대한민국은 '빙판 위의 체스' 컬링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팀 킴'이 보여준 정교하고도 짜릿한 컬링에 한반도가 들썩였다. '스킵'으로 팀을 이끌었던 김은정은 카리스마 넘치는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하다)으로 팀 킴의 은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다. 김은정은 잠시 빙판을 떠나 있기도 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5월 아들을 출산한 뒤 9월에야 빙판에 복귀했다. 클래스는 여전했다. 10월 열린 제19회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여자 일반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활짝 웃었다.

김은정은 "임신하고 쉰 기간에 아이스는 떠나 있었지만, 동료들이 경기하는 것은 봤다. 밖에서 경기를 보는데 떨렸다. 오히려 아이스에 있을 때는 실수를 해도 '내가 미안해' 하면 되는데, 선수들이 얼마나 긴장하는지 알기 때문"이라며 입을 뗐다.

그는 "사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임신해서 아이스에 들어가지 못하고, 출산 뒤 3개월 동안은 컬링장도 가지 못하니까 삶의 원동력을 잃었다. 좀 우울한 느낌도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겪는 출산과 육아라서 그랬던 것 같다. 출산 휴가 때 동료들이 집에 놀러왔는데, 그렇게 만나서 얘기하고 하니 좀 밝아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빙판. 김은정은 '엄마선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보는 것부터 걱정이다. 남편의 든든한 조력 덕분에 힘을 내 빙판에 설 수 있었다. 김은정은 "외국에는 '엄마선수'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출산=은퇴'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도전하는 것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딱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민은 끝이 아니었다. 김은정은 "내가 돌아간다고 해서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8월 초에 복귀해서 체력 훈련을 했는데, 초반에는 근육이 잘 잡히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다. 10월에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투어 첫 번째 대회에서는 세컨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걱정 많은 김은정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은 다음 아닌 동료들이었다. 그는 "포지션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스킵을 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믿어줬다. 오히려 빨리 해보는게 낫겠다는 말도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팀 킴'은 16일 개막하는 2019~2020시즌 코리아 컬링리그에 참가한다. 김은정은 "우리나라에서 실업팀이 모여 대회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다 함께 모여 교류한다는 것이 반갑다. 우리나라에는 잘하는 팀도 참 많다. 그냥 특별한 생각하지 않고, 우리 것만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