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 파죽의 5연승.
더 반가운 점은 허 훈과 양홍석, 한국농구를 이끌어 가야할 신예들이자, KT 농구의 주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동철 감독의 세심한 조정이 있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몇 가지 핵심 이유들이 있다.
▶허 훈 중심은 맞지만, 의존하면 안된다
시즌 초반 KT는 '허 훈 의존도'가 상당히 강했다. KT 서동철 감독도 "허 훈이 팀의 중심"이라고 천명했다.
KT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허 훈은 클래스가 다른 가드다. 공격력이 탁월하다. 세밀한 약점이 있지만, 그걸 덮을 수 있는 선수다.
시즌 초반 KT의 기복과 혼란함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허 훈이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KT의 또 다른 강점인 양홍석과 김영환 김현민 등 포워드 라인의 강점은 완전히 죽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허 훈과 멀린스의 2대2 공격, 혹은 허 훈의 개인 능력을 이용한 공격이 주를 이뤘다. 너무 의존도가 심했다. 모든 농구 선수들은 공수의 흐름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전문적 수비수나 '3&D'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면 공격에서 어느 정도 옵션을 받지 못하면 수비에서도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허 훈의 '세밀한 약점'이 크게 다가왔다.
일단 의존도가 심하다 보니 슛 셀렉션에 문제가 있었다. 체력적 부담감이 가중되는 승부처에서 허 훈의 슈팅 정확도는 떨어졌다. 공격을 위해 수비에서 체력을 아껴야 했다. 때문에 상대팀은 허 훈에게 스크린을 걸고, 여기에서 공격 시발점을 삼았다. 허 훈은 스크린에 대한 의지 문제도 있었다. 따라가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쉬운 득점을 허용했고, 쉽게 추격을 내줬다. 허 훈의 스탯은 화려했지만, 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던 이유.
즉, 양홍석과 김영환, 그리고 알 쏜튼과 같은 선수들이 살아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KT 서동철 감독도 "플렉스 오펜스(크로스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술. 포워드 라인의 장점을 살리는데 적합한 컨티뉴이티 오펜스)를 연습하는 등 많은 고민이 있다"고 했다. 이런 시도 자체는 상당히 좋다. 단, 시간이 걸리는 문제, 비 시즌에 준비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양홍석의 식스맨화
양홍석은 송교창, 안영준, 최준용 등과 함께 국내 장신 포워드진을 이끌어야 할 재목이다. 그럴 능력과 잠재력은 충분하다.
단, 센터 출신으로 아직까지 외곽 플레이에 세밀한 약점들이 많다. 특히 수비에서 그렇다. 기본적으로 수비 자세가 높다. 스크린 대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발이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다. 이런 복합적 요소 때문에 양홍석의 수비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약점을 강력한 공격과 세로 수비로 보충한다.
단, 허 훈과 함께 장시간을 뛰면 팀 디펜스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선수 모두 수비에서 약점이 있기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서는 공격할 포인트가 상당히 많아진다. KT의 팀 수비가 약하다고 그동안 평가받았던 핵심 이유다.
게다가 시즌 초반 극심한 부담감과 국가대표 탈락에 대한 후유증도 있었다. 부진이 심했다. 기복도 심했다. 결국 서동철 감독은 양홍석을 벤치에서 출격시켰다
서 감독은 "양홍석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표면적 이유를 댄다. 그런 이유도 있다. 선수를 배려해 주는 측면도 있다. 이면에는 팀 수비의 안정화다.
허 훈과 양홍석이 함께 장시간을 뛰어서는 팀 수비가 좋아지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좋은 판단이다.
서 감독은 "팀 수비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활동력 좋은 선수는 김현민이다. 여기에 한 명의 선수(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성모, 한희원이다)를 넣으면 팀 수비가 그만큼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양홍석은 리듬이 중요한 선수다. 그날 공격이 잘 풀리면 수비에서도 적극적 모습을 보인다. 단, 이런 리듬이 헝클어지면, 극심한 부진을 보인다. 벤치에서 출발하면 이런 기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팀 디펜스가 중심이 잡혀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양홍석의 수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두 가지 조치는 허 훈과 양홍석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물은 KT의 파죽 5연승이다. 특히 지난 8일 모비스전 승부처에서 허 훈의 패스로 출발한 공격이 양홍석의 3점포로 마무리되는 장면이 많았다. 두 선수는 하프코트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했다. 바른 방향이다. KT의 농구는 본 궤도에 올라오고 있다. 단, 아직도 허 훈과 양홍석은 발전할 부분이 많은 선수들이다. 양홍석은 식스맨으로 쓰기 아까운 재목이다. 두 선수 모두 특히 수비에서 약점은 분명히 있다.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동 포지션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