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링거 맞은 걸 숨기고 있었다."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칩거에 들어갔다. 사실상 '두문불출'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 FC서울의 명예회복을 이끌었다. 시즌 내내 스쿼드 부족에 대한 고민을 달고 지내면서도 작년 11위였던 팀을 3위로 끌어올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참가자격까지 얻었다.
으레 이 맘때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도 만나고, 시즌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이른바 즐길 시기다.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으니 한결 여유롭게 휴식기 외부활동을 해도 이상할 일이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 감독은 지난 1일 대구와의 최종전이 끝나고 난 이후 종적을 감췄다. 구단 관계자들도 최 감독과 연락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며 양해를 구할 정도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FC서울 구단은 이제서야 속사정을 털어놨다. 구단 관계자는 "최 감독이 좀 아프다. 그래서 당분간 무조건 쉬며 원기 회복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최 감독이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 시즌 막판에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가운데 막상 시즌을 모두 끝내고 나니 피로감과 공허함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다.
최 감독은 숨은 '링거 투혼'도 벌였다. 대구와의 최종전을 치르기 사흘 전부터 몰래 병원에 가서 링거를 4차례나 맞았다.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했다. 가뜩이나 중요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부터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던 '독수리'가 본격적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3일 포항전부터라고 한다. 당시 0대3으로 패배한 뒤 3위를 지키는 게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몰렸다.
1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최 감독은 심한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웬만하면 지나가는 감기 증세라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으나 고열로 인해 체온이 39.5도까지 치솟고 오한 증세도 자꾸 심해지는 바람에 링거까지 맞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대구전이 열리던 날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기온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비를 쫄딱 맞아가며 경기를 지휘해야 했다. 결코 패해서는 안될 경기를 지휘했으니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됐다.
가까스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시즌을 마무리했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그간 아프지 않았던 곳까지 아프기 시작하며 쓰러지다시피 했다.
최 감독이 강명원 단장에게 요청했다. "너무 아파서 힘들어요. 일단 제 몸을 추슬러야하니 휴식시간을 좀 주십시오." 이후 최 감독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최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직전 구단 행사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잠깐 쓰러져 병원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그때도 불안하게 시즌을 준비하는데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아픈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더니 결국 시즌 종료 후 몸져 누워버린 셈이 됐다.
어렵게 전화 통화가 연결된 최 감독은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다. 이제 나도 옛날 몸이 아니다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휴식기였다"면서 "아프지 말고 새 시즌 준비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유의 유머 감각도 잊지 않았다. "한 열흘 술을 입에 대지 못했는데 '아기 간'이 된 것 같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